미국 전역에서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에 항의하는 대규모 여성 집회가 열렸다. 12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여성의 자기 결정권 및 낙태권 보장을 촉구한 가운데,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 또한 이 시위에 참여해 함께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영리 시민단체 90여개로 구성된 ‘위민스 마치’(Women’s March)는 2일(현지시각) 미 전역의 도시 600여 곳에서 ‘낙태 정의를 위한 집회’를 개최했다. ‘위민스 마치’의 레이철 올러리 칼모나 이사는 집회에 대해 “헌법상 낙태권을 보장하고 강화하기 위한 투쟁”이라고 했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나의 몸, 나의 선택”이라고 외치고 ‘낙태는 법적 논쟁 대상 아닌 개인 선택’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백악관 근처 프리덤 플라자와 연방대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연방대법원에 낙태권 보장을 촉구했다.
이날 시위에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인 제니퍼 로렌스와 에이미 슈머 등도 참여했다.
슈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로렌스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나는 자궁이 없고, 그녀(로렌스)는 임신중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기에 나왔다”고 썼다. 그러면서 ‘낙태 정의를 위한 집회’라는 해시태그도 덧붙였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슈머와 로렌스는 각각 ‘낙태는 필수적이다’,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통제할 수 없다면 자유로울 수 없다’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배우 샤론 스톤, 케이트 허드슨, 첼시 핸들러, 알렉산드라 웬트워스, 가수 앨리샤 키스, 스타일리스트 레이첼 조, 작가 리즈 플랭크 등이 해당 글에 댓글을 남기며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시위에는 배우 로잔나 아퀘트, 패트리샤 아퀘트, 알리사 밀라노, 데비 엘렌, 크리스틴 라티, 레이브 시모네 등이 참여했다. 연예전문매체 페이지식스, 베니티페어 등은 이날 로잔나가 “동등한 권리에 상한선이 있나? ‘로 대 웨이드’ 사건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비도덕적인 주지사의 펜대 하나로 우리의 권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전했다.
한편 텍사스주는 공화당 주도로 마련한 낙태 금지법을 지난달 1일부터 시행했다. 이 법에 따라 텍사스주에서는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을 포함, 여성의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한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에는 임신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워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1973년 ‘로 대 웨이드’ 사건의 연방대법원 판결을 통해 낙태권 기준을 확립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기인 임신 23∼24주 이전에는 낙태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