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찍한 수변공원에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하늘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알록달록한 봉투로 보이지만, 텐트다. 최근 영국 레딩에서 열린 뮤직페스티벌이 끝난 후 참가자들이 머물렀던 텐트를 그대로 놓고간 것이다.
1일(현지 시각) 영국 BBC와 더선 등에 따르면 버크셔주 레딩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3일간 영국의 대표적인 페스티벌로 꼽히는 레딩페스티벌이 열렸다. 올해는 100만명 이상의 관객이 운집한 가운데 폴아웃보이와 켄드릭 라마, 킹스 오브 리온 등 세계적 뮤지션들이 공연을 펼쳤다.
페스티벌이 끝나고 난 뒤 공개된 캠핑장 부지는 처참했다. 관객들이 두고간 텐트가 여기저기 널려있다. 텐트 뿐만이 아니다. 초록색 캠핑장은 각양각색의 쓰레기로 뒤덮였다.
현지 매체들은 캠핑장에 남겨진 텐트가 6만개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현장에 버려진 캠핑용 의자 등 캠핑 장비의 값어치만 100만파운드(약 15억원)를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주최 측은 행사 이전 관객들에게 쓰레기를 가져가달라고 호소했다. 이전에 열렸던 페스티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사진을 보여주며 읍소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를 외면했다. 주최 측 환경 담당자인 릴리 로빈스는 “버려진 텐트 10개 중 1개만이 재활용할 수 있는 걸로 보이며, 나머지는 모두 매립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청소를 위해 현장에는 굴삭기 등이 투입된 상황이다.
현지 환경보호단체들은 버려진 텐트가 875톤에 달한다고 했다. 매립 후 분해되는데 최대 1만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환경보호단체 클린업 브리튼의 대표 존 리드는 “페스티벌에 갔다가 텐트를 버리고 오는 것은 매우 게으른 행동이다. 우리 모두 환경을 보호하고 소중히 할 필요가 있다”라며 “다시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 새 텐트를 버리는 것은 이와 정반대인 행동”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쓰레기 뿐만이 아니다. 캠핑장 주변 지역에서는 코로나 양성반응으로 표시된 자가진단키트들이 널브러져있는 것도 포착됐다. 모두 페스티벌이 열린 캠핑장 게이트 바깥에서 발견된 것이다. 다만 해당 페스티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사용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 참가자는 “코로나 양성반응을 속이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해도 집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많은 돈을 들였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