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보건 당국이 최근 코로나 대확산 시기 피해 상황을 보고하며 “산소부족으로 사망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발표해 인도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21일(현지 시각) 더인디안익스프레스,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바라티 파와르 연방정부 보건 담당 부장관은 인도 상원회의에서 “지난 4~5월 의료용 산소 부족으로 인해 길 위와 병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사실을 알고 있냐”는 야당 의원 K.C. 베누고팔의 질의에 “산소 부족에 의한 환자 사망 사례는 주정부에 의해 특별히 보고되지 않았다”라고 서면 답변했다.
이어 그는 “중앙정부는 코로나 유행 당시 급격한 확산을 막기 위해 주정부에 의료용 산소를 제공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파와르 보건 담당 부장관의 발언에 이어 21일 마하라슈트라주 보건장관 라제시 토페 또한 “마하라슈트라주에서 환자가 산소 부족으로 사망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이와 관련한 보고도 없었다”고 말했다. 마하라슈트라주는 인도에서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주다. 또한 인도 남부의 타밀나두주 등 다른 지방 정부도 이와 비슷하게 보고했다.
지난 4월~5월 사이 인도에선 코로나 확진자 수가 폭증함에 따라 의료체계가 마비되며 병상 및 의료용 산소가 부족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았고, 이에 사망자가 속출했었다.
코로나 환자들 중 위독한 환자들은 혈중 산소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저산소혈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 산소 치료가 꼭 필요하다. 그러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얼마 전 코로나 대확산 시기 인도 델리주, 카르나타카주, 고아주 등 곳곳에선 의료용 산고 공급이 끊어지며 수십 명의 환자가 사망했다.
연방정부는 주정부에서 관련 사망자를 보고하지 않아 그를 바탕으로 통계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인도 국민들은 겪었던 현실과는 너무도 다른 발언이다.
이에 인도 전문가와 야권은 해당 사실을 부인하는 듯한 당국의 발언에 반발했다.
야당 인도국민회의(INC) 지도자 프리양카 간디는 “정부는 팬데믹 때 산소 공급을 위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산소 수송용 탱크를 마련하지 않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공공 보건 전문가 겸 전염병학자인 찬드라칸트 라하리야는 “기술적으로 ‘산소 공급 부족’이 코로나19 환자의 사인으로 기록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산소는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필수이며 산소가 충분히 공급됐다면 여러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산소 공급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용어 선택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BBC에 따르면 델리에서 한 병원을 운영하는 고탐 싱 박사 또한 “내 직원 중 절반이 당시 산소통을 채우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며 “우리는 산소를 달라고 애걸하고 빌어야 했다”고 말했다.
해당 소식을 들은 현지 네티즌들의 비난도 폭주했다. 네티즌들은 “당시 신문만 봐도 알 수 있는 일” “산소 부족으로 인한 사망자가 없었다면 도대체 왜 당시 전세계에서 산소 지원이 왔겠는가” “이 정부는 실패했다” “우린 그때 산소가 필요해 구걸하고 있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일각에선 인도 코로나 사망자 수가 공식 보고보다 10배 이상 많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글로벌개발센터(CGD)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인도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340만~470만 명 수준일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인도 정부가 발표한 약 41만 4000명보다 10배 정도 많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