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이 7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화상회의에서 미군과 나토군이 떠난 아프가니스탄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보도했다. 나토 수장이 이례적으로 공개 석상에서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이슬람 무장 세력인 탈레반에 넘어갈 가능성을 강력 시사한 것이다. 탈레반은 현재도 아프간 국토의 최대 절반을 장악하고 있다.
이날 스톨텐베르크 총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갖기 전 참석한 화상회의에서 “미군과 나토군이 철수 후에 아프간 정부와 보안군이 성공할지, 심지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survive)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철군 결정은 분명히 위험을 수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군과 나토군의 철군으로 아프간 치안이 극도로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탈레반은 외국군 병력 철수가 시작된 지난달 초부터 약 9개 지역을 추가로 점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곳곳에서는 학교와 관공서 등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탈레반 공격이 자행돼 희생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3일 남서부 파라주의 정부군 기지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7명이 숨졌고, 4일에는 탈레반이 남부 헬만드주 주도 라슈카르 등에서 정부군을 공격했다. 헬만드주는 최근까지 미군이 주둔하다 철수한 곳이다. 지난달 8일에는 수도 카불의 한 고등학교 앞에서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60여명이 사망했다.
미국과 함께 20년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른 나토는 지난 4월 미군 철군 시기에 맞춰 아프간 주둔군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오는 9월 9·11 테러 20주기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 3500여명을 전원 철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외국군 철군 이후의 아프간에 대해 “아프간 국민들은 (미군 철수 이후 공산화된) 남베트남과 같은 운명에 처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