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나오는 짧은 영상을 리트윗(재전송)했다. 이 영상에서 바이든은 “할 말이 하나 있다”고 말한 뒤, 자신의 휴대전화를 마이크에 대고 노래를 틀었다. 흘러나오는 노래는 힙합그룹 N.W.A가 1988년 발표한 ‘빌어먹을 경찰(F--- tha Police)’. 바이든은 ‘경찰은 자신들에게 약자를 죽일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지’란 가사에 맞춰 웃으며 몸을 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영상에 “이게 다 뭐냐”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영상은 조작된 것이었다. 원래 영상은 바이든이 전날 플로리다를 방문해 참석한 라틴계 관련 행사에서 자신을 소개한 푸에르토리코 출신 가수 루이스 폰시의 히트곡 ‘데스파시토(Despacito)’를 재생하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지지성향의 패러디 영상 계정 ‘유나이티드 스팟’이 이 영상에 ‘빌어먹을 경찰’ 노래를 합성해 올렸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리트윗한 것이다.

트위터는 뒤늦게 문제의 영상에 ‘조작된 영상’이라는 경고 딱지를 붙였다. 그러나 트럼프의 홍보 덕에 이 영상은 530만회 넘게 조회됐다. 미 인터넷 매체 데일리비스트는 트럼프가 해당 영상을 리트윗한 것에 대해 “트럼프가 조악하게 편집된 영상에 속았거나, 다른 이들이 이게 진짜라고 믿길 바란 것”이라고 했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는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그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 밀리는 와중에 나온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영상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또 다시 같은 영상을 리트윗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최근 온라인 상에서 조작되거나 사실을 오도하는 영상을 퍼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바이든이 지난 2015년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취임식에서 카터 장관 부인의 어깨를 주무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에 ‘#PedoBiden(소아성애자 바이든)’이란 해시태그가 붙은 글을 리트윗했다. 해당 영상으로 인해 바이든이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비난여론이 일긴 했지만, 소아성애와는 관련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에는 한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을 미는 영상에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Antifa(극좌 단체)’라고 적힌 것을 리트윗했는데, 이는 지난해 10월에 촬영된 것으로 두 단체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은 지난 2일 바이든이 인터뷰 도중 졸고 있는 뉴스 영상을 올렸는데 이것도 조작된 영상이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트럼프가 바이든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트위터에서 지지자들이 올리는 확인되지 않은 영상 등을 리트윗하는 게 하나의 선거운동 전략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휘트니 필립스 시러큐스대 교수는 WP에 “허위 정보는 너무도 빨라서 사실 확인을 하기 전에 수많은 곳으로 퍼져나간다”면서 “리트윗은 트럼프의 부인 전략이 됐다. 트럼프는 (리트윗 영상이 문제가 되면) ‘나는 그 영상을 보지 않았고, 그냥 리트윗했을뿐’이라고 말하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