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국이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는 정치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안사통신에 따르면, 오는 20일부터 이틀간 이탈리아 전역에서 전체 945명인 상·하원 의원 정원을 600명으로 줄이는 감축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된다.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의회는 하원은 630명에서 400명으로, 상원은 315명에서 200명으로 각각 의원 정원을 줄이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AFP 연합뉴스

이탈리아는 2차 대전 직후 베니토 무솔리니와 같은 파시스트가 다시 출현하지 못하도록 견제한다는 취지로 의회를 비대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나치게 의원이 많아 불필요한 정치 공방이 자주 벌어지고 의회 운영에 많은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비효율의 문제가 부각됐다. 이번 의회 감축안이 확정되면 세비(歲費)를 포함한 각종 비용을 5년의 회기 동안 5억유로(약 7000억원)가량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당초 3월 말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코로나 사태 때문에 9월로 연기됐다.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우세하다. 국민 투표에서 확정되면 오는 2023년 총선부터 적용된다.

독일에서도 연정(聯政)을 구성하는 세 정당이 최근 분데스타크(하원) 정원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막고 장기적으로 의원 숫자를 줄이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데 합의했다. 현재 709석인 분데스타크는 705석인 EU 의회보다 더 비대한 ‘공룡 의회’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분데스타크는 회기마다 의원 정원이 달라지는 복잡한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프랑스도 코로나 사태로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긴 하지만 의원 숫자를 줄이는 정치 개혁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 중이다. 작년 8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방안은 하원은 577명에서 433명으로, 상원은 348명에서 261명으로 전체의 25% 수준을 줄이는 내용이었다. 프랑스 언론은 이 같은 의원 감축안을 내년쯤 국민투표에 부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