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장쑤성 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무기명 투표를 통해 차오루바오(曹路寶·50) 옌청시 당서기를 장쑤성 지도부인 상무위원(12명)에 선출했다. 사흘 후 장쑤성 조직부는 차오루바오를 쑤저우시 당서기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매체 21세기경제보는 “개혁 개방 이후 쑤저우 당서기 가운데 최연소”라고 했다.

내년 가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10월부터 지방 당대회가 한창인 가운데 1970년 이후 출생자를 뜻하는 ‘치링허우(70後)’ 지도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내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이 확정될 전망인 가운데, 1960년대생들을 건너뛰고 이들이 다음 대권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차오루바오에 대한 인사가 ‘치링허우의 부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쑤저우의 중요성 때문이다. 쑤저우는 중국 내 경제 규모 6위(2020년 기준) 도시다. 인구는 1200만명으로 차오 당서기가 직전까지 근무했던 옌청보다 2배 가까이 많다. 베이징의 소식통은 “차오 당서기는 실무 추진력이 대단한 인물”이라며 “코로나 당시 대부분의 지방 지도자들이 방역 때문에 몸을 사릴 때도 기업 현장을 챙기고 한국과 교류를 이어갔다”고 했다. 차오 당서기는 한국 기업이 많이 투자한 옌청시의 시장, 당서기를 2018~2021년까지 맡아 지한(知韓)파로 꼽힌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저장성 항저우시도 이달 초 당서기가 치링허우로 교체됐다. 전임 저우장융(54) 당서기가 지난 8월 낙마하면서 당서기로 임명된 류제(劉捷·51)가 주인공이다. 알리바바 등 IT 대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사정 한파가 계속되는 와중에 소방수로 투입된 것은 중국 지도부의 신뢰가 반영됐다는 의미다. 류 당서기는 후난성의 대형 제철 기업에 입사해 35세에 사장이 됐다. 중국 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류 당서기는 공직자가 된 후 1970년대생으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성(省)급 당위원회 상무위원이 되는 기록을 세웠다. 항저우는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는 ‘공동부유’(다 함께 잘살자) 정책 시범 지역이라는 점에서 류 당서기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푸젠성 샤먼시 당서기에 임명된 추이융후이(崔永輝·51)도 눈길을 끄는 인물이다. 푸젠성은 시 주석이 30~40대 때 근무한 지역이다. 대만과 경제적으로 밀접해 양안 관계가 악화되는 최근, 관리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외에도 윈난성 쿤밍시 당서기에 임명된 류훙젠(劉洪建·48), 산시성 다퉁시 당서기로 임명된 류둥량(盧東亮·48) 등도 치링허우 관료의 대표 주자다. 중국 매체 베이징청년보에 따르면 지방 당대회를 치른 중국 13개 지방에서 52명이 새로 성급 당위원회 상무위원에 올랐다. 이 중 19명이 1970년대 이후 출생자였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을 거쳐 중앙위원에 진입해 권력의 정점으로 나아가게 된다.

치링허우 관료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포스트 시진핑 시대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시 주석의 3연임(2028년 초까지 집권)은 기정사실 분위기고, 4연임(2033년 초까지 집권)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주요 장관, 지방 일인자를 맡고 있는 1960년대생들은 건너뛰고 1970년대생이 다음 대권을 물려받을 수 있다. 천시 중앙조직부장은 인민일보 기고에서 “덕과 재능을 갖추고 충성스럽고 깨끗하며 과업을 감당할 높은 수준의 전문화된 간부, 특히 우수한 젊은 간부를 선발 배양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들이 중앙정치 무대에 진입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17년 19차 당대회 당시 선발된 중앙위원들의 평균 나이는 57세로, 10년 전 17차 당대회 때의 53세보다 네 살 많아지는 등 시 주석은 집권 후 ‘젊은 피’ 수혈에 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 치링허우 대표 주자로 주목받았던 후진타오 전 주석의 아들 후하이펑(49) 저장성 리수이시 당서기는 아직 승진을 못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