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16일(현지 시각) “향후 코로나 기원 조사에 중국 실험실에 대한 감사(audit)를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코로나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해왔는데 친중(親中) 인사로 알려진 WHO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입장 변화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날 회원국 상대 비공개 브리핑에서 향후 코로나 기원 조사와 관련해 “2019년 12월 코로나 첫 환자가 확인된 지역(중국)의 실험실과 연구소들에 대한 감사”를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가 초기 확산한 중국 후베이성 재래시장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도 촉구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앞서 15일 공개 브리핑에서도 “원자료 부족으로 중국에서 바이러스 기원 조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며 “중국은 (코로나 발생) 초기 데이터 제공에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코로나 우한 실험실 유출설에 대해서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WHO 조사팀은 코로나 발생 1년이 경과한 지난해 1월에야 우한을 방문해 중국 과학자들과 공동으로 코로나 기원을 조사했다. WHO는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가 실험실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에 대해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평가한 바 있다. 중국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제기해온 우한 실험실 유출설을 반박해왔다.
우한에 다녀온 WHO 조사팀원들은 그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 내 코로나 초기 발생 상황에 대해 조사 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중국을 직접 겨냥하는 발언을 자제해왔다. 백신 공급, 추가 조사에서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 정부 때 탈퇴했던 WHO에 복귀하고, 자국 정보 당국에 우한 실험실 유출설 추가 조사를 지시하면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WHO) 전문가팀이 중국을 시찰하는 동안 중국은 원자료를 조목조목 보여줬고 일부 정보는 개인 사생활이기 때문에 복제·반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전문가들도 충분히 이해했다”고 밝혔다. 또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가설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며 이 같은 사실은 지난 3월 WHO가 공식 발표한 코로나 기원 연구 보고서에서 명확하게 나온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러시아 등 47국과 공동으로 “코로나 문제를 정치화하지 마라”는 서한을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 앞으로 보내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