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캡처

인도에서 여성들을 중심으로 때아닌 ‘찢어진 청바지’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인도의 한 남성 정치인이 무릎이 드러나는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여성을 공개 비난하자, 여성들이 찢어진 청바지 차림으로 인증샷을 찍어 올리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영국 BBC에 따르면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소속 티라트 싱 라왓 우타라칸드주(州) 신임 총리는 지난 16일 주 아동권리보호위원회가 주최한 워크숍에 참석해 최근 비행기에서 만난 한 여성에 대한 목격담을 이야기했다.

그는 “두 아이의 어머니인 이 여성은 부츠를 신고 여러 개의 팔찌를 찬 채 무릎이 보이도록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며 “이런 차림으로 사회 활동을 한다면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들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인들이 찢어진 청바지를 입는 동안 외국인들은 적절히 몸을 가리고 요가를 배우고 있다”며 “인도인들이 점점 벌거벗어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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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왓 주총리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현지 여성들은 항의의 의미로 저마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소셜미디어에 일제히 인증샷을 올렸다. 22일 현재까지 트위터엔 ‘찢어진청바지(#RippedJeans)’라는 해시태그를 단 이 같은 인증 게시글이 수만건 올라와 있다.

유명인도 동참해 분위기를 달궜다. 인도 유명 배우 굴 파나그는 17일 “찢어진 청바지를 꺼내 입었다”며 이 같은 인증샷을 트위터에 게시했다. 이 사진은 700회 가까이 공유되고 1만개에 달하는 ‘좋아요’가 눌렸다.

인도 유명 배우 굴 파나그가 17일 올린 찢어진 청바지 인증샷.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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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정치인들도 속속 가세했다. 자와할랄 네루 인도 초대 총리의 증손녀이자 야당 정치인인 프리양카 간디가 18일 트위터에 올린 BJP 소속 남성 정치인들의 반바지 차림 사진은 8만회 가까이 ‘좋아요’가 눌렸다. 그는 트위터에 “신이시여!!! 이들의 무릎이 드러나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파장이 커지자 19일 라왓 주총리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자와할랄 네루 인도 초대 총리의 증손녀이자 야당 정치인인 프리양카 간디가 18일 트위터에 올린 BJP 소속 남성 정치인들의 반바지 차림 사진들. /트위터 캡처

인도에서 여성 복장에 간섭하는 발언은 종종 있어왔다. 2016년 8월 마헤시 샤르마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은 “여성 관광객은 인도에서 짧은 드레스나 치마를 입어선 안 된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17년 사타 팔 싱 당시 인적자원부 장관 역시 “어떤 남성도 청바지를 입은 여성과는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州)의 한 지방 의회에선 “청바지나 스커트 차림의 여성은 사회적으로 배척될 것”이란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인디아타임스 등 현지 매체들은 이 같은 발언들에 대해 “힌두 근본주의를 주창하는 모디 총리와 BJP의 집권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모디 총리가 세속주의를 경시하고 힌두교 중심의 전통적 가치관을 내세우면서 보수적 성향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군소 야당 소속 프리양카 샤투르베디 상원 의원이 18일 올린 찢어진 청바지 인증샷.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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