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가 상징 ‘트리주브(삼지창)’ 문양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손을 흔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3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면서 포크를 연상케 하는 문양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나왔다. 앞서 3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작년 1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날 때도 같은 문양이 있는 상의를 입었다. 이 문양은 삼지창(三枝槍)이라는 뜻의 ‘트리주브(tryzub)’로 우크라이나의 공식 국장(國章)이다. 셋으로 갈라진 모양은 이 세계가 땅·천체·영혼으로 분리돼 있는 동시에 공기·물·흙의 세 요소로 이루어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트리주브’는 9세기경 우크라이나 지역에 건국됐다 13세기 몽골군의 침입으로 멸망한 ‘키이우 루시(공국)’ 시절에 널리 사용됐다. 이 시기 동전·벽돌·기구·벽화 등 많은 유물에서 트리주브 문양이 발견됐다. 특히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비잔틴 문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문화 융성기를 이룬 볼로디미르 대공 치세(980~1015) 때 발행된 동전을 보면 앞면에는 트리주브 문양이, 뒷면에는 볼로디미르 대공의 초상화가 있다.

트리주브는 소련이 붕괴하면서 독립국가가 된 우크라이나의 국가 상징이 됐다. 1992년 우크라이나 의회는 푸른 방패 문양의 바탕에 금색의 트리주브를 그려넣은 문양을 국가 상징으로 채택했고, 이 내용은 헌법으로 명문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