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 테러를 당한지 18일만에 깨어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인공호흡기를 떼고 의식을 찾은 모습./나발니 인스타그램


독극물 테러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18일만에 깨어난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4)의 다음 행보는 러시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의 15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나발니의 대변인 키라 야마시는 “나발니는 러시아로 돌아갈 계획”이라며 “다른 선택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트위터에 “(당연히 돌아가야 하는데) 돌아가지 말라는 사람들이 많아 오히려 혼란스럽다”고 적었다.

나발니는 ‘푸틴의 최대 정적(政敵)’으로 불리는 러시아 야권의 구심점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는 눈엣가시로 여겨진다. 변호사이자 반(反)부패 운동가 출신인 나발니는 200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푸틴을 비판하고 반정부 활동을 벌여왔다.

2011년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푸틴이 이끄는 여당 통합러시아당을 “사기꾼과 도둑놈들의 정당”이라고 비판했는데, 이는 야권 지지층에서 여당을 조롱하는 대표적 별칭이 됐다. 그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푸틴 정권의 부패와 정경 유착을 폭로하고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등지의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나발니는 푸틴의 종신 집권을 가능하게 한 지난달 개헌 국민투표에 대해서도 “위헌이자 헌정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작년 9월 모스크바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던 중 지난달 20일 나발니는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돌아가는 국내선 여객기에 탑승하기 직전 공항에서 차(茶)를 한 잔 마신 뒤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후 독일의 한 인권단체가 러시아로 앰뷸런스 비행기를 띄워 나발니를 베를린으로 이송했고 독일 정부는 지난 2일 그의 몸에서 치명적 독극물인 노비촉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노비촉은 2018년 러시아가 영국으로 귀화한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69)을 독살하려고 시도할 때 사용한 독극물이다. 스크리팔은 1990년대 러시아군 정보요원으로 유럽에서 근무하던 중 영국 정보기관 MI6에 포섭돼 이중간첩으로 활동하다 영국에 귀화한 인물이다.

런던 남부 솔즈베리에 살던 스크리팔과 딸 율리아(36)는 2018년 3월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자택 문 손잡이를 잡았다가 노비촉에 중독됐다. 러시아 정찰총국 소속 요원들이 사전에 노비촉을 문 손잡이에 묻혀 놓았던 것이다. 스크리팔 부녀는 사경을 헤매다 겨우 목숨을 건졌다.

나발니가 목숨을 잃을 뻔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7월 푸틴이 유력 무소속 후보들의 선거 등록을 막아 모스크바 등에서 수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을 때, 그는 시위를 선동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때도 구치소에서 알 수 없는 화학물질에 중독돼 알레르기성 발작을 일으켜 입원했다. 당시 나발니의 변호인은 “그는 구치소 같은 방에 수감된 다른 5명과 똑같은 음식을 먹었지만 나머지 5명은 몸에 전혀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2017년엔 친(親)정부 운동가가 그의 눈에 화학물질 테러를 가하기도 했다. 이 일로 그는 한쪽 눈이 부분적으로 실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