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정빛 기자] 청룡시리즈어워즈(Blue Dragon Series Awards, BSA)와 함께 하는 주현영의 성장이 찬란하다. '제1회 BSA' 신인 여자예능인상에 이어 '제2회 BSA' 여자 예능인상까지, 두 번 연속 트로피를 수집한 것이다.
사실 같은 시상식에서 동일 인물이 2년 연속 수상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더군다나 본업 배우가 내로라하는 예능인들을 제치고 받은 예능인상이다. 그러나 시대 흐름에 맞춰 연구하고 계속해서 발전시키는 주현영이기에, 그가 트로피를 다시 한번 품에 안았을 때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SNL 코리아'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생소하고 낯설었지만, '주기자' 캐릭터로 자신의 존재감을 심었고, 이에 그치지 않고 'MZ 꼰대'라는 새로운 캐릭터부터 '나는 솔로' 정숙, '더 글로리' 박연진 등을 패러디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이것이 주현영이 두 번 연속 트로피를 가져가도 마땅한 이유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그로부터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얼떨떨하다고. 8월 무더운 어느 날, 서울 양천구 목동 스포츠조선 사옥에서 만난 주현영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영광의 수상 당시를 떠올렸다.
"진짜 예상하지 못했다. 작년에 상을 받은 것도 있고, 같이 후보에 올랐던 선배님들이 다 존경하는 선배님들이고 당연히 그분들이 받을 줄 알았다. 열심히 축하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름이 불리기 전에, 카메라가 제 앞에만 있더라. 그냥 리액션캠인 줄 알았는데, 제 앞에만 카메라가 있어서 '설마, 안 되는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 이름이 호명돼서 그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작년에는 그저 기쁨이었는데, 이번에는 당황스럽고 동시에 벅찬 그런 마음이 들더라."
그러면서 자신의 수상 소감을 돌이키기도 했다. 남자 예능인상을 받은 유재석을 언급하며, 그와 나란히 수상하게 된 것에 '죄송하다'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한 이야기다. "남자 예능인상을 유재석 선배님이 받으셨는데, 수상 소감 때 죄송하다는 표현을 썼다. 찰나에 순간적으로 '죄송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맞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했다. 심사위원분들이 오랜 고민 끝에 결정하신 것인데, 그 결정에 대한 감사함도 표현해야 할 것 같고, 너무 또 겸손하게 말씀드리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오류가 있을 것 같았다. 가장 컸던 것은 유재석 선배님이 그 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저는 선배님만큼은 아니더라도, 아니 흉내도 낼 수 없겠지만, 선배님 가신 길을 따라가면서 보고 배워야겠다고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청룡시리즈어워즈 시작과 함께 2년 연속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주현영은 "되게 감도 안 잡히고,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느낌이다. 내가 여기에 초대되는 것부터 시작해서,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자리한다는 것, 상을 두 번이나 주셨다는 것. 이조차가 영광스러운 일이니, 평생 이런 일을 겪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제가 더 감사하다"라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주현영의 두 번 연속 수상은, 그의 성장세를 방증하기도 하다. 신인상을 받고 바로 다음 해에 예능인상을 받는 일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 '주기자' 캐릭터가 강렬했던 만큼, 그다음 스텝에 대한 고민도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 '주기자'는 제 아이디어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작가님들께서 써주시는 대본을 보고, 어떻게 하면 작가님들 의도에 맞게 할 수 있을 지만 고민하는 것 같다. 그때만큼의 열정이나 정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게 고민이라고 본부장님께 말씀 드렸다. 핑계면 핑계지만, 다른 드라마도 하면서 신나게 아이디어를 만드는 동력이 안 생기더라. 그래도 최대한 작가님이 써주신 대본에 충실하고 맛깔나게 살리려고 한다."
2년 연속 수상은 반짝하고 나타났다 사라진 스타가 아니라, 주현영의 롱런을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그런 만큼, 주현영에게 'SNL 코리아'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자신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것은 물론, 짧은 시간 안에 신인상과 예능인상까지 받게 해준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SNL 코리아'는 제가 가진 꿈들과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풀어 헤쳐 보이고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신 곳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저에게는 놀이터이기도 하고, 동시에 선배님들 보면서 배우는 배움터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팬들에게도 수상의 공을 돌렸다. "제가 나온 영상들을 편집하시고 짤로 만들어 숏폼으로 공유해 주시는 팬분들을 계신다. 그 팬분들이 영상을 많이 만들어 주셨기 때문에, 제 영상이 높은 조회수로 나오고, 많은 분이 저를 알게 된 계기가 됐다. 그분들 때문에 그 공이 인정된 것 같아서, 그 부분에 너무 감사드리고 덕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주현영이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솔직히 상을 주시면 다 너무 값지기 때문에 감사드린다. 그런데 딱히 상을 받고 싶은 것은 아니다. 못 받으면 실망할 수도 있고, 상이나 결과들에 집중하기보다는, 계속 계속 다양한 작품들 만나면서 제 경험을 쌓아나가고 싶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