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하면 수 억 짜리 수퍼카 오너에 탁 하면 수 백억 건물주다. 온 몸에 명품 휘감기는 물론이고 삼시세끼 식탁은 아방궁이 따로없다. 요즘 다양한 플랫폼 속 온갖 예능 프로에 출연하는 연예인과 셀럽들의 집 자랑, 옷 자랑, 자식 자랑, 돈 자랑, 미식 자랑이 시청자를 딴 세상으로 부르고 있다. 얼마전에는 빚 자랑까지 유행했다. 하긴, 서민 대출이 꽉 막힌 세상에서 빚 내는 것도 재주는 재주입니다.
“저렇게 사는 인생도 있는데 나는 뭐냐구요?” 글 시작부터 결론입니다. 부러우면 지는겁니다 여러분. TV속 화려한 셀럽 인생의 상당 부분은 뻥튀기에 실속 없음이니까요.
축재에 밝은 알짜배기 재산가 톱스타들은 ‘호화판 연예인 집안 살림’을 공개하는 이런 프로에 출연하지 않는다. 진짜 돈이 많아서 세금 걱정을 해야할 부자들이 저승사자 세무소 직원들 앞에 스스로 몸을 던질 이유가 있겠는가. 제대로 재산 모아 좋은 일에 아낌없이 선행을 베푸는 셀럽들은 자신을 낮추기에 급급하지 절대 ‘난 척’을 하지 않는다. 당연히 “나 돈 많아요’ 스타일의 예능에는 출연 사절이다. 다행히 연예계에는 이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삶을 사는 스타들도 상당수다.
자신의 본업 콘텐츠에서 뭔가 2% 부족한 연예인이 이런 ‘자기 홍보’ 예능의 덫에 자주 빠진다. 멀어져 가는 것같던 팬들의 이목을 다시 끌어오고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듯한 환상 때문. 하지만 예능에서 얻는 반짝 또는 번쩍 인기가 배우 가수 개그맨 등 본업에서의 성공과 재기로 이어지는 경우란 극히 드물다. 당장의 캐스팅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연예인 이미지 형성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기 십상이다.
연예인의 수입은 일정하지 않고 미래도 불확실하다.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의 특성상 체면치레에 신경 쓰다보면 과소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기 일쑤다. 기자가 아는 몇몇 연예 기획사 대표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연예인의 엄청난 벌이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고 끝날 지 예측불가인 까닭에 갖게 된 인생 격언일 게다.
당장 떼돈을 벌고 있다고, 동료 연예인에게 기 죽기 싫다고,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월세 천만원씩 내고 명품 사재기하는 식의 소비문화에 길들면 일이 끊기기 시작해서 수입이 급감했을 때 대처가 힘들다. 한때 “저 좀 살아요” 했던 연예인이 나이 들어 비슷한 예능에서 “저 아주 힘들어요”라고 고백하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모든 생활 예능이 문제로 가득한 건 아니다. 배우 류수영이 그렇게 살림을 잘 하는 건 지난 해 ‘편레스토랑’을 보고 처음 알았다. 알뜰살뜰 살림의 지혜 속에 손맛 가득한 요리로 가족을 챙기는 모습에서 기자가 가졌던 생활 예능에 대한 편견 수치가 쑥쑥 내려갔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SNS, 특히 인스타그램을 통한 배우들의 잘난 삶 소개에는 ‘협찬’의 그림자가 배어있을 확률이 높으니 늘 한 걸음 뒤에서 살피고 부러워는 하지 마시길./mcgwir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셀링 선셋’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