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에서 분사한 중국 스마트폰 기업 아너가 자체 로봇을 개발한다고 28일 발표했다. 앞서 지난 4월 AI 에이전트(인공지능 비서)를 비롯해 신산업에 투자를 지원하는 별도 부서를 신설한 데 이어 로봇 개발을 공식화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 달 AI 로봇 ’볼리’를 출시할 전망이다. 스마트폰과 가전에 주력해 온 삼성전자가 가정용 로봇을 출시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기업들이 로봇으로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AI와 카메라 등 스마트폰 탑재 기술 경쟁을 벌여온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정체되자, 가정용 로봇 시장을 향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적용된 기술들을 로봇에 쓸 수 있는 데다, 스마트폰·가전·가정용 로봇을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해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그래픽=박상훈

◇가정용 로봇도 韓美中 ‘삼국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로봇 개발에 특히 적극적이다.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 1위 비보와 2위 화웨이가 이미 가정용 로봇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비보는 지난 3월 로보틱스 연구소를 설립하고 가정용 로봇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AI 기술을 통해 로봇의 ‘두뇌’와 ‘눈’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화웨이도 최근 로봇 기업 유비테크 로보틱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산업용·가정용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유비테크의 로봇 하드웨어에 화웨이의 AI 칩을 탑재할 예정이다. 아너는 지난 3월 “향후 5년간 100억달러를 투자해 스마트폰 제조 업체에서 AI 기기에 중점을 둔 생태계 기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했다.

애플도 가정용 로봇을 개발 중이다. 애플이 머신러닝 리서치 블로그에 공개한 로봇은 램프 모양으로 카메라와 스피커, 프로젝터가 탑재됐다. 사용자의 몸짓과 음성에 반응한다. 테크 업계에서는 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 등이 탑재돼 스마트 홈 제어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블룸버그는 “2026~2027년 출시될 수 있으며, 가격은 약 1000달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출시하는 AI 로봇 ’볼리’는 공처럼 생겼고 AI가 탑재돼 사용자와 소통하며 집 안의 가전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다. 볼리는 삼성전자가 2020년부터 개발해 온 이른바 반려 로봇이다. 사용자의 일상을 학습해 별도 조작 없이도 로봇이 알아서 필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가전, 로봇을 연결하는 ‘스마트 홈’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스마트폰 기술 종합한 로봇

기업들이 개발하고자 하는 로봇은 로봇 청소기 수준이 아니다. 로봇이 스마트폰으로 가전과 연결돼 각종 기기를 제어하고, 더 나아가 사람들과 직접 소통해 어린이나 고령자를 돌볼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중국 스마트폰 회사 샤오미는 4족 보행 로봇 ‘사이버 도그’와 2족 보행 로봇 ‘사이버 원’을 개발했다. 작년 출시한 ‘사이버 도그 2’는 3만 마리 이상의 실제 개의 움직임을 학습시켜 반려견과 행동이 유사하다. 19개 센서로 시각·청각·촉각을 탑재해 사용자와 소통한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로봇에 뛰어들 수 있는 이유는 기존 기술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에는 수많은 센서와 카메라, 칩이 들어간다. 모두 스마트폰에도 들어가는 부품들이다. 기업들은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 상당한 기술력과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로봇도 스마트폰처럼 두뇌 격인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기업들은 AI 폰 경쟁 과정에서 만들어낸 AI 모델과 AI 이미지 분석 기술 등을 로봇에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볼리에는 구글의 ‘제미나이’가 탑재될 예정이며, 화웨이는 연내에 자체 AI 모델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200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AI 기술 발전이 기업들의 로봇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로봇은 스마트폰보다 더 사용자와 능동적으로 소통할 수 있고, 다양한 집안일을 수행할 수 있어 성장이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마트폰 기업들이 로봇에 뛰어들며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100억달러(약 13조8000억원)였던 가정용 로봇 시장은 2032년 530억달러(약 73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