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서류’라 불리는 게임들이 있습니다. 게이머들이 만든 장르명으로, 2022년 출시된 PC 게임 ‘뱀파이어 서바이버즈’에서 따왔습니다. 이탈리아 개발자가 혼자 만든 이 게임은 오로지 방향키만 조절해 사방에서 몰려드는 괴물들을 물리치고 생존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단순한 게임 구조를 갖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세계 최대 PC 게임 유통망 ‘스팀’에서 그해 출시된 게임 1만1891개 중 평점 1위를 차지했을 정도죠. 재도전이 불가능하고, 괴물에 대한 공격은 자동으로 이뤄져 어떤 공격 아이템을 획득하고 조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는 ‘무작위성’이 이 게임의 흥행 요소였습니다. 이후 비슷한 구조를 가진 게임이 대거 쏟아지자 ‘뱀서류’라는 말이 생긴 겁니다.

그 인기를 반영하듯 국내에서도 즐겨볼 만한 뱀서류 게임이 나왔습니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가 올해 초 출시한 모바일 게임 ‘발할라 서바이벌’입니다. 게임에 접속하면 거인족의 사생아 ‘로키’가 빛의 여왕 ‘미드가르드’를 납치해 가고, 이용자는 전사와 마법사, 궁수 중 한 명을 정해 여왕을 구출하는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검과 방패를 든 거구의 전사 ‘아셰라드’를 선택하자 판타지 세계 속에서 보던 다양한 형태의 괴물이 사방에서 물밀듯이 몰려옵니다. 처음 주어지는 공격 수단은 일정 간격으로 알아서 휘두르는 검뿐입니다. 공격 범위가 워낙 좁다 보니 이동 방향을 잘 맞춰야만 괴물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괴물을 쓰러트리다 보면 경험치를 쌓게 되고 레벨업과 함께 삼지선다 형식의 추가 공격 방식을 정할 수 있게 됩니다. 멀리 있는 적도 공격하고 싶던 차라 주변 지역에 무작위로 번개 공격이 떨어지는 ‘낙뢰’를 선택했습니다. 그러자 멀리서 다가오던 괴물이 저에게 닿기도 전에 벼락을 맞고 쓰러졌습니다.

게임을 즐겨 보니 일반적인 뱀서류 게임과 다른 점도 엿보였습니다. 뱀서류 게임의 특징은 실력이 늘지 않으면 난도가 높아지는 후반부에 게임이 지나치게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발할라 서바이벌’은 캐릭터 육성 요소를 넣어 이런 허들을 낮췄습니다. 레벨을 올리는 것뿐 아니라 더 강력한 무기나 방어구를 장착하면 캐릭터의 기본 능력치를 끌어올릴 수 있게 만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