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AP 연합뉴스

47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에서 각종 규제에 신음하던 실리콘밸리 기업들 사이에선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6일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을 향해 반독점 분쟁을 일으킨 모든 정부측 관계자를 제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X에 ‘빅테크의 저승사자’라고 불렸던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이 “곧 해고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비대해진 빅테크의 권력과 시장 지배력에 전에 없는 영향력을 미쳤던 관료들이 사라지면서, 수년째 이어오던 ‘반독점 규제’ 흐름이 끊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 완화 실현될까…기대감 높아져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장. /UPI 연합뉴스

이미 정부와의 역사적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 구글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사업 강제 매각이라는 최악의 수를 피해가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미 법무부는 2020년 대선을 불과 몇 주 앞두고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었지만, 지난달 구글이 해체해야하냐는 질문을 받은 트럼프는 “우리는 훌륭한 회사를 원하기 때문에 (해체는) 매우 위험한 일이고, 우리는 중국이 이런 회사를 갖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구글의 해체를 포함한 초강력 제재안을 마련하고 있는 법무부가 정권 교체로 추진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테크 업계에선 현재 법무부와 앱장터 반독점 소송을 진행 중인 애플 및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알고리즘을 운영했다는 이유로 조사에 직면한 메타 등 모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규제 수위가 낮아질 것을 희망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가장 큰 희망을 갖고 있는 것은 미국 사업부문 강제 매각을 앞두고 있는 중국 숏폼 동영상 앱 틱톡이다. 틱톡은 올해 법으로 제정된 ‘틱톡금지법’에 따라 내년 1월까지 미국 사업을 매각하거나, 미국에서의 운영을 중단해야한다. 트럼프 역시 재직 당시 틱톡을 금지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었지만, 올해는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집중적인 로비로 입장을 바꾼 상태다. 그는 틱톡이 미국에서 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고, 이어 틱톡이 없어질 경우 메타가 너무 큰 권력을 쥐게 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틱톡금지령이 발효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지만, 트럼프가 단순히 시행을 거부할 수 있다”고 했다.

인공지능(AI) 산업에 있어서 트럼프는 규제보다 중국 등 경쟁국 보다 확실하게 앞서나갈 수 있도록 기술 발전을 장려할 가능성이 크다. 6일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AI 규제 행정명령을 백지화 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는 안전을 위해 AI를 전면 규제하는 이 정책이 위험하다고 주장했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계속해서 좌편향 됐다고 지적해온 소셜미디어는 트럼프와의 싸움을 피하기 위해 정책과 관행을 친 트럼프 적으로 바꿀 가능성도 제기된다.

◇빅테크 총수들, 앞다퉈 축하 메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후 머스크가 자신의 X에 올린 사진. 성조기에 거수경례하는 자신의 모습과 "미국에 다시 아침이 밝았다"는 문구가 포함됐다./머스크 X(옛 트위터)

한편 이날 빅테크 총수들은 앞다퉈 트럼프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머스크는 이날 자신이 성조기에 거수경례하는 이미지를 올리며 “미국에 다시 아침이 밝았다”라고 썼다.

트럼프와 악연이 있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X에 “우리의 45대 대통령이자 47대 대통령인 트럼프의 놀라운 정치적 복귀와 결정적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우리가 모두 사랑하는 미국을 그가 잘 이끌고 단합시키길 바란다”고 썼다. 베이조스는 트럼프 재임 시절 그와 부딪히며 소셜미디어에서 설전을 벌인 적도 있지만, 올해 들어선 그에게 유화적인 제스처를 표했다. 그가 자신이 소유한 워싱턴포스트(WP)가 이례적으로 후보자 지지 선언을 하지 못하게 압력을 넣었다는 소문도 나왔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트럼프의 당선을 “결정적인 승리”라고 하며 “트럼프 행정부와 함께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저커버그는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 난입 사건을 벌인 후 트럼프의 페이스북 계정을 차단했다는 이유로 트럼프와 불편한 관계였지만, 올해 트럼프 암살 시도 사건 후 관계 회복을 시도해왔다.

오픈AI CEO인 샘 올트먼은 트럼프에게 “큰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며 “미국이 민주주의 가치를 가진 AI개발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팀 쿡 애플 CEO역시 당선을 축하하며 “우리는 미국이 계속해서 독창성, 혁신, 창의성을 바탕으로 세계를 선도할 당선인과 협력하길 바란다”고 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이미지를 올리며 축하했고,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세계에서 미국의 기술 및 제조 리더십을 발전시키기 위해 당선인 행정부와 협력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