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세계 축구팬들이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장면이 펼쳐졌다. 히바우두, 루이스 피구, 마이클 오언, 안드리 셰우첸코, 카카, 파비오 칸나바로 등 축구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발롱도르’를 수상한 선수 6명이 한자리에 모였고,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명문구단 첼시의 전설적인 공격수였던 디디에 드로그바, 아스널의 역대 최고 공격수로 평가받은 티에리 앙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끈 전설적인 수비수 리오 퍼디난드와 네마냐 비디치도 얼굴을 내비쳤다. 이 밖에도 카를로스 테베스, 카를레스 푸욜, 안드레아 피를로, 야야 투레, 에드윈 반데르사르, 디미터르 베르바토프 등 하나같이 쟁쟁한 명성을 쌓은 축구계 전설들이 모였다.
국내외 축구 전설 35명을 한데 불러 모은 건 국내 대표 게임 기업 넥슨이었다. ‘FC 온라인’과 ‘FC 모바일’이라는 인기 온라인 축구 게임을 운영하는 넥슨이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세계 게임 팬과 축구팬을 위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오프라인 행사 ‘2024 넥슨 아이콘 매치’를 마련했다. 넥슨 게임에서 은퇴한 전설적 선수들로 구성된 ‘아이콘 클래스’에 속하는 축구 선수들은 이날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모여 편을 나누고 친선경기를 뛰었다. 이벤트 매치 현장에 방문한 한 관중은 “TV와 게임에서만 보던 레전드 선수들의 등장을 보면서 믿기지 않아 계속 감탄했다”며 “게임 속에서만 볼 수 있던 유명 선수들의 대결을 직관한 엄청난 기회였다”고 말했다.
◇창과 방패로 나뉜 전설의 경기
넥슨이 모은 축구 전설들은 다시 유니폼을 입고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누볐다. 공격수로만 구성된 ‘FC 스피어(창팀)’과 수비수로만 이루어진 ‘실드 유나이티드(방패팀)’에 11명씩 선수가 소속돼 전·후반 45분씩 뛴 20일 경기가 하이라이트였다. 초유의 관심사였던 이 경기는 경기장을 채운 관중의 함성 속에서 한국의 전설적인 축구 선수였던 차범근 감독이 ‘아이콘 매치’ 우승 트로피를 들고 나오며 시작됐다. 방패팀은 중앙 공격수로 출전한 클라렌스 세이도르프를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전반 초반 세이도르프의 패스를 받은 야야 투레의 선제골과 이어진 세이도르프의 장거리 골로 전반전을 2대0으로 앞서 나갔다. 후반 9분에는 세이도르프의 패스를 받은 박주호가 득점했으며, 35분에는 마스체라노가 한 골을 더 추가하며 쐐기를 박았다. 종료 직전 ‘FC 스피어’ 코치로 참가한 박지성이 선수로 깜짝 등장해 페널티킥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반격의 불씨를 되살렸다. 하지만 승기가 이미 기운 상태였고 결국 최종 스코어 4대1로 ‘실드 유나이티드’가 승리했다.
전날에도 일대일 대결과 파워 대결, 슈팅 대결 등 양팀 간 다양한 이벤트 매치가 이뤄졌다. 일대일 대결에선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이천수가 넣은 한 골을 제외하고 나머지 창팀 선수들이 전부 방패팀 골키퍼 에드윈 반데사르의 선방에 막혔다. 일렬로 세운 패널 격파 수로 슈팅 위력을 측정하는 파워 대결에서도 연장전까지 간 끝에 방패팀 소속인 야야 투레가 창팀 주장을 맡은 드로그바를 상대로 7개 패널을 격파하며 승리했다. 마지막 슈팅 대결만 델 피에로가 현역 시절을 연상시키는 환상의 프리킥을 선보이는 명장면을 만들어내며 창팀이 승리했다.
◇현장 10만명, 온라인 생중계에 360만명 몰려
선수 섭외비에만 약 100억원 가까이 들인 이번 행사는 선수들의 위명만큼이나 흥행에도 성공했다. 양일간 진행된 행사에 직접 참가한 현장 관중 수는 약 10만명에 달했으며, 유튜브와 네이버TV, SOOP 등 온라인 영상 플랫폼을 통해 진행된 온라인 생중계 누적 시청자 수는 360만여 명을 기록했다. 유니폼과 머플러 등 ‘아이콘 매치’ 브랜딩 굿즈도 전량 매진되며 열기를 더했다.
양일간 진행된 이벤트 매치에선 최종적으로 방패팀이 세트 점수 2대1로 승리했다. 티켓 수익 중 1억원은 ‘실드 유나이티드’의 이름으로 푸르메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기부됐다. 넥슨 ‘FC 온라인’ 서비스를 총괄하는 박정무 그룹장은 “상상과 게임에서만 가능했던 전 세계 레전드 선수들의 축구 경기를 선보이며 게임 유저와 축구팬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었다”며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축구와 게임을 연계한 다양한 이벤트들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