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넥슨 실적을 견인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넥슨

국내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2K(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의 실적이 2분기에도 뚜렷하게 엇갈리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넥슨은 올 2분기 매출 1조 762억원, 영업이익 3974억원으로 역대 2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고 8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64% 늘어난 실적이다. 넥슨은 회사의 핵심 게임 IP(지적재산권)인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 ‘FC온라인’ 모두에서 고른 성장세를 얻은 덕분이다. 특히 지난 5월 중국에서 출시한 모바일 게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크게 흥행하며 이번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줬다. 넥슨 관계자는 “올 2분기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메이플스토리·FC IP 프랜차이즈를 기반으로 출시한 게임들의 글로벌 매출 총합은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며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중 역시 60%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넷마블 역시 지난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수익성을 더 끌어올렸다. 넷마블의 2분기 매출은 78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6% 오르며 창립 이래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1112억원으로 전 분기(37억원) 대비 2905.4% 급증했다.

반면 그보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는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들며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실적을 공시한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3689억원, 영업이익 88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전망과 달리 적자를 내진 않았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5% 줄었다. 매출의 60~70%가량을 차지하는 주력 IP 리니지 관련 실적이 부진한 탓이 컸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전날 발표한 2분기 매출액이 2356억원, 영업이익은 28억원으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9% 급감했다. 2K로 함께 묶이는 크래프톤은 오는 12일 실적을 공시한다. 업계에선 크래프톤의 주력 게임인 배틀그라운드가 대규모 업데이트 등으로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 중이다.

엔씨의 주력 게임 중 하나인 리니지W/엔씨소프트

◇신작 흥행이 운명 갈라

국내 게임기업들의 엇갈린 실적은 신작 흥행이 갈랐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말 국내 시장에 출시한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에 이어 지난 6월 말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로 선보인 ‘배틀크러쉬’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상반기 흥행 신작을 선보이지 못한 게 실적 부진의 가장 큰 배경으로 꼽혔다.

작년 4분기까지 무려 8분기 동안 적자행진을 보여온 넷마블은 반대로 올 상반기 출시한 신작 모바일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를 통해 확실한 부활을 알렸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글로벌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매출 7000만달러(약 1000억원)를 벌어들였다. 넷마블 권영식 대표는 “상반기는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와 ‘레이븐2′ 등 출시 신작들의 흥행과 지속적 비용 효율화로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며 “하반기는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 등 기대 신작의 출시를 통해 글로벌 게임 사업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다. 넥슨 역시 중국에서 흥행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외에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한 슈팅게임 ‘퍼스트 디센던트’를 출시하고, 내년 차기 주요작인 콘솔용 액션 게임 ‘퍼스트 버서커:카잔’의 글로벌 출시를 확정 짓는 등 신작 흥행을 통해 게임업계 1강 체제 입지를 계속 다진다는 계획이다.

넷마블 실적을 견인한 신작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넷마블

◇살길은 IP·장르 다각화, 해외 서비스

실적을 가른 요인이 뚜렷하게 집계되면서 게임사들의 행보 역시 IP·장르 다각화와 해외 서비스 확대라는 비슷한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엔씨는 오는 28일 한국·일본·대만 시장에 신작 역할수행게임(RPG) ‘호연’을 출시하는 데 이어 내달 17일에는 아마존게임즈와 함께 쓰론 앤 리버티(TL)의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다. 여기에 게임 장르 다변화와 시장 확장을 위해 스웨덴 소재 슈팅게임 전문 개발사 ‘문로버게임즈’와 국내 서브컬처(일본 애니메이션 풍) 게임 전문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인기작인 ‘패스 오브 엑자일’의 후속작을 올 4분기 국내 얼리 억세스로 내놓을 계획이다. 내년에는 큰 기대를 받으며 개발 중인 ‘크로노 오디세이’와 ‘아키에이지2′ 등을 선보여 장기 모멘텀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신작 12개 중 11개를 해외에 출시한다. 올 2분기 241억원의 적자를 낸 위메이드 역시 ‘미르M’, ‘미르4′ 중국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해외 진출을 통해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계획.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배틀그라운드’ 외에 이렇다 할 흥행 신작이 없는 크래프톤 역시 위기감을 가지고 신작 개발군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이미 얼리 억세스 단계에서 재미를 인정받은 게임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글로벌 비공개 테스트를 시작했고, 최근에는 해외 사업 확대와 신규 IP 발굴을 위해 글로벌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개발한 라이엇게임즈에서 사업총괄 대표를 역임한 오진호 전 대표를 최고 글로벌 퍼블리싱 책임자(CGPO)로 선임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오 CGPO는 올해 9월부터 크래프톤에 합류해 해외 사업 전반을 총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