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을 앞두고 현지 언론들이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를 제외하고 가장 관심을 갖는 곳 중 하나가 실리콘밸리다.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빅테크 기업들이 정치 후원금의 가장 큰 손이기 때문이다. 2020년 미 대선 때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에서만 당시 바이든 캠프 측에 1억9900만달러의 선거 후원금이 나갔는데, 공화당의 9배에 달했다. 하지만 이번엔 빅테크들도 정치적 입장이 갈리고 있다.
주요 인사 중 가장 먼저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다. 머스크는 한때 전기차에 비판적인 트럼프와 설전을 벌일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강력한 지지자가 됐다. 지난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습 당시 보여준 행동을 언급하면서 “미국은 그와 같은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세계 최대 밴처캐피털인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공동 창업자 벤 호로위츠도 최근 트럼프 캠프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하며 팟캐스트를 통해 “엄마 미안해요”라고 전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지가 뿌리 깊은 실리콘밸리에서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하는 것을 두고 미안하다고 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출범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 후원 단체 ‘아메리카 팩’에 이달 중순까지 870만달러의 후원금이 모였는데 이 중 100만달러가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낸 것으로 전해졌다.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 조 론즈데일과 세쿼이아캐피털 공동 창업자 더글러스 레오네 등이 후원금을 냈다.
CNBC는 “해리스 부통령이 기술 기업 규제를 강화한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실리콘밸리에선)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생각에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돌아선 이가 많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민주당을 지지하는 인사도 적지 않다. 링크트인 공동 창업자인 리드 호프먼과 벤처캐피털리스트 론 콘웨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발표 후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 모금 활동을 개시했다. 호프먼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해리스의 출마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이제 승리할 시간”이라고 밝혔고, 콘웨이는 역시 “실리콘밸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물리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넷플릭스 공동 창립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캠프에 700만달러(약 96억원)를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