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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NVIDIA)가 인공지능(AI)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시가총액 2조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초 3500억달러 규모였던 시총이 1년여 만에 7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부러움이란 뜻을 담은 라틴어 ‘인비디아(Invidia)’에서 유래한 회사 이름처럼,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회사가 됐다. 이 회사가 AI 시대의 최대 수혜 기업이 된 것은 10여 년 전부터 딥러닝 수요 증가에 대비해 병렬 처리에 적합한 GPU를 꾸준히 개발해 온 덕분이다. 국내 IT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미래 먹거리 투자를 멈추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산업 흐름을 내다보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실제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LG전자가 모빌리티 콘셉트 ‘알파블’을 선보이고 있다. /LG전자 제공

◇AI 활용한 사업 발굴

글로벌 산업이 AI를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AI를 활용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는 AI 시대를 준비해온 기업들은 그동안의 투자를 성과로 바꿀 기회를 갖게 됐다는 의미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린 덕분에 고성능 컴퓨팅(HPC)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선점에 나설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D램을 8단으로 쌓아 올린 HBM2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상반기 5세대 HBM3E 양산에 나선다. 또 6세대 HBM4 개발에 착수하고 2025년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가 앱 ‘파스타’를 공개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2013년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SK하이닉스도 차세대 HBM을 주도하고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종전보다 40% 얇은 D램 12개를 수직으로 쌓은 24GB(기가 바이트) 12단 HBM3를 지난해 4월 개발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HBM3E를 양산한다.

AI 시대에 맞는 서비스로 사업 확장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LG CNS는 수만 페이지나 되는 종류별 투자 상품에 대한 설명을 생성형 AI를 활용해 고객에게 편리하게 설명하는 설루션을 시중 은행에 제공한다. SK C&C도 AI 채팅을 비롯해 보고서 제작과 마케팅, 법무 등에 활용하는 기업 맞춤형 AI 서비스를 개발했다. 네이버는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를 새벽 배송 업체 컬리, 채용 플랫폼 원티드 등과 연동해 AI의 활용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 게임 기업 넷마블은 게임 속 가상 캐릭터에 AI를 적용해 실제 유저와 대결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통신 분야에서도 AI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다. SK텔레콤은 AI 서비스 ‘에이닷’의 기능을 확대하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통화 중 실시간 통역은 물론 AI가 사용자의 취향을 기억해 친구처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자체 개발한 AI ‘익시’를 활용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 분야 공략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새로운 성장 분야를 탐색하고 있다. KT는 미래 운송 수단 도심항공교통(UAM)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섰다. AI 교통 관리 기술로 UAM 운항 수요를 예측하고, 실시간으로 비행 상황을 추적하는 등 KT 통신망을 이용한 UAM 실증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투명 OLED를 개발해 관련 산업을 개척하고 있다. 카카오는 혈당 관리 서비스 앱 ‘파스타’ 출시하면서 국내 의료 기관 등과 헬스케어 데이터를 공유하는 연구 협력 네트워크를 맺고 있다.

이 밖에도 LG이노텍은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을 중심으로 만든 광학 설루션 기술을 자율 주행 분야로 확대하며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코웨이는 글로벌 환경 문제로 손꼽히는 미세 플라스틱을 걸러내는 정수기를 개발하고 있고, 쿠쿠홈시스는 드립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정수기를 출시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