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 건립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의 신청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 의존하던 반도체 공급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이 초기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현지 시각)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기업에서 600개 이상의 보조금 신청서를 접수했다”며 “이 중 선도 기업들이 요청한 보조금 규모만 700억 달러(약 93조2120억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까지 알려진 신청 건수 460건을 훌쩍 넘는 규모다.

칩스법은 직접 보조금과 세액공제, 대출 등 모든 지원을 포함해 527억달러의 예산을 편성했다. 그중 삼성전자·TSMC 등 최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에 투입되는 직접 보조금은 280억달러로, 예산의 2배를 훌쩍 넘는 신청이 접수된 것이다. 러몬도 장관은 “반도체 대기업 경영진이 수십억 달러를 요구하고, 나는 ‘당신들이 그 절반이라도 받으면 운이 좋은 것’이라고 답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보조금 지급 사업이 마무리됐을 때 최소 2개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 기지가 건설되는 게 최우선 목표이며, 이를 통해 10년 내 세계 최첨단 반도체의 20%를 미국에서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의 예산으로 이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지만, 앞으로 ‘칩스 투’로 불리는 추가 지원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정부는 3월 말까지 인텔을 포함한 주요 보조금 지급 내역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이 100억달러, 삼성전자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신청서가 몰린 만큼 미국 정부가 협상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