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면서 AI 학습과 서비스에 필수적인 AI 반도체가 품귀 현상을 빚자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개발·생산에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 등 기존 AI 반도체 기업들은 잇따라 신제품을 출시하고, 챗GPT 개발 회사인 오픈AI까지 AI 반도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90% 이상 독점하고 있는데, 개당 300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에도 이를 구하기 위한 전쟁이 치열하다.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AI 반도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자체 생산이라는 카드까지 꺼내 든 것이다. AI 반도체 기업들뿐 아니라 관련 데이터센터 기술 기업 주가까지 폭등하는 등 AI 열풍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이다.
◇삼성전자·TSMC 수혜 입나
20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픈AI는 AI 반도체 생산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오픈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아랍에미리트(UAE)의 AI 기업 G42의 타흐눈 빈 자예드 회장, 소프트뱅크를 포함한 다수의 투자자들과 투자 유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G42와의 미팅에서만 80억~1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는 신규 반도체 생산 시설 건설뿐 아니라 기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들과의 협력도 예상된다. FT는 “올트먼 CEO가 대만 TSMC와 반도체 생산 파트너십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 역시 “팹(공장) 네트워크 범위가 세계적일 것”이라며 주요 파트너사로 삼성전자와 인텔 등을 꼽았다. AI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공정 기술을 보유한 TSMC나 삼성전자 등 기존 반도체 주자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이 기업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도 높다. 올트먼 CEO는 이번 주 한국을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졌는데,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기업과 관련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픈AI가 직접 AI 반도체 생산에 나선 배경에는 AI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AI 반도체 공급이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는 주문을 해도 1년이 넘어서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도 올해 말까지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GPU H100 35만개가 필요하다고 밝힐 정도로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엔비디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막기 위해 반도체 업계와 빅테크들도 AI 반도체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AMD는 최근 ‘MI300X’를 출시하면서 “성능 면에서 엔비디아의 대표 AI 반도체인 H100을 능가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 반도체 ‘마이아 100′을 올해 출시할 예정이며 구글도 대규모 언어모델(LLM) 훈련에 최적화된 AI 반도체 ‘TPU v5e’를 공개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027년까지 일본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와 운영에 약 2조2600억엔(약 20조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아마존 역시 자체 AI 반도체 개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AI 반도체 관련주 훨훨
AI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주요 AI 반도체 설계 회사인 엔비디아와 AMD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0% 넘게 상승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에도 각각 몸값이 3배와 2배씩 뛰었다. 데이터센터 기업의 실적과 주가도 치솟고 있다. 미국 서버 제조업체 수퍼마이크로컴퓨터는 19일 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가 하루 만에 35.94% 올랐다. 회계연도 2분기(지난해 10~12월)의 잠정 매출(36억~36억5000만달러)이 시장 평균 예상치인 30억6000만달러를 20% 정도 웃돌았기 때문이다. 수퍼마이크로컴퓨터의 주력 제품은 데이터 저장과 AI 학습에 사용되는 서버로 엔비디아와 긴밀한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AI 학습에 데이터센터 서버가 주목받으며 지난해 수퍼마이크로컴퓨터의 주가는 246% 상승했는데 계속 치솟고 있는 것이다. 오픈AI와 생산 네트워크 협력 가능성이 제기된 TSMC 주가도 19일 6.46% 상승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