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매출이 적더라도 7~8년 앞을 내다보고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이경호(54) GCT세미컨덕터 창업자는 지난 13일 인터뷰에서 회사의 반도체 기술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2000년 설립된 GCT세미컨덕터는 주요 글로벌 통신 업체의 반도체를 설계해주는 통신용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회사)이다. T모바일, 버라이즌, AT&T 등 세계적 무선통신 사업자의 다수 제품을 표준화했다. 회사는 퀄컴 같은 초대형 경쟁 업체보다 통신 수신 범위가 넓으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반도체 설계 등 통신 반도체 관련 특허 100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칩 안에 안테나를 기존의 두 배인 8개 탑재한 제품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GCT세미컨덕터는 현재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 창업자는 “6억6000만달러(약 8800억원)에 해당하는 상장 후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라고 말했다.
이 창업자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실리콘밸리 벤처 업체를 거쳐 회사를 창업했다. 그는 “친구들이 대기업에 취업할 때 실리콘밸리를 경험한 것이 창업에 나선 큰 계기가 됐다”며 “벤처라는 것은 현재 존재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 클 시장을 미리 보고 핵심 기술을 먼저 표준화·상용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창업자는 통신용 반도체 시장은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선진국은 땅이 넓어 비싼 광케이블로 연결하기 어렵고 개발도상국 역시 비용 절감을 원하기 때문에 무선통신 반도체가 뜰 것”이라고 했다. 이런 수요에 맞춰 GCT세미컨덕터는 세계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1위 무선 통신 사업자와 5G(5세대)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고 있고, 최근에는 미국 4위 사업자와 5G 기업용 반도체 사업화에도 나섰다. 이 창업자는 “인공지능,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산업들은 무선 인터넷이 근간이 되며, 빠른 속도의 5G용 반도체가 필수적”이라며 “다양한 기술을 구현하는 데 GCT세미컨덕터의 제품이 쓰이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