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컬리, 작물이 다 자랐어요. 수확하러 가보아요.’
지난달 이커머스(온라인 상거래) 업체 마켓컬리가 선보인 농사 게임 ‘마이컬리팜’에서 아보카도 화분을 심자 이 같은 알람이 수시로 왔다. 마이컬리팜은 컬리 앱 안에 꾸며진 가상 테라스에서 화분에 작물을 키우는 게임이다. 방울토마토, 양파, 아보카도 등을 골라서 키울 수 있고 물을 줘서 잘 수확하면 컬리는 보상으로 이용자가 고른 작물을 현물로 배송해 준다. 컬리 관계자는 “출시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40만명의 이용자가 게임을 시작했고 이중 1만여 명이 작물을 받아갔다”고 했다.
앱에 보상형 미니게임을 도입하는 것은 마켓컬리뿐이 아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 집은 식물을 기르는 게임을 최근 선보였고 농수산물 직거래 플랫폼 팔도감은 한우를 키우는 게임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24와 중국 앱 알리익스프레스도 앱에 미니게임을 넣어 이용자가 게임에서 얻은 점수를 쿠폰이나 포인트로 교환해주고 있다. 쇼핑몰 이용객들의 체류 시간과 이용 빈도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최근 물가 상승으로 앱을 통해 적은 돈이라도 차곡차곡 모으겠다는 ‘앱테크(앱+재테크)’족들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알리가 진출한 200개 국가 중 앱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수는 한국이 가장 많다”고 했다.
◇게임하고 현물 받아가세요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보상형 농장 게임이다. 물이나 비료, 사료를 주고 채소, 식물, 동물을 기르고 일정 시간 이후 현물로 배송해주는 식이다. 시간을 들여 작물이나 동물을 기른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정서적 참여도가 높고 해당 앱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배송해준다는 점에서 추가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목화를 열심히 키우면 수건을 작물로, 농수산물 플랫폼 팔도감은 한우를 키우면 차돌박이를 상품으로 준다.
농장 게임 유행의 시작은 공동구매 플랫폼 올웨이즈였다. 2021년 9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 앱은 지난해 가장 빠르게 성장한 커머스 앱으로 평가받는다. 올웨이즈는 애초부터 이용자가 쇼핑만을 위해 방문하는 앱이 아니라 편하게 방문하는 앱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농장형 게임 ‘올팜’을 선보였다. 게임을 하러 들어왔다가 다른 물건을 발견하게 만들어 구매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출시 이후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올팜 작물 빨리 수확하는 법’ ‘올팜 친구 맺기’가 잇따라 올라올 정도로 화제가 됐고 출시 약 2년 만인 지난 6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 260만명, 월 거래액 400억원을 달성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인 올웨이즈가 짧은 시간 내에 자리를 잡은 배경엔 올팜이 있다”며 “업계에서도 올웨이즈의 사례를 보고 너도나도 게임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체류 시간을 늘려라
커머스 앱들은 단 1분이라도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게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같은 중국 직구 앱까지 저가형 물품을 무기로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도입의 효과는 뚜렷하다. 올웨이즈는 이용자 월평균 사용일 수가 18.6일로 쿠팡(15일)보다 많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사용 시간도 34분으로 쿠팡보다 3배가량 많다. 최근 게임을 도입한 컬리도 마찬가지다. 컬리 관계자는 “마이컬리팜 이용자의 경우 비이용자에 비해 앱 방문 횟수가 4.4배나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미니게임 도입이 매출로 연결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상형 게임을 도입한 한 앱의 관계자는 “현물 보상형 게임을 도입했지만 실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 이는 고스란히 운영비와 마케팅 비용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보상형 미니게임이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