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요즘 각사 여성 임직원들로 구성된 정기 모임을 매달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기술 경쟁 탓에 서로 교류를 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했는데 업계의 공동 문제에 머리를 맞댄 것입니다. 바로 ‘반도체 인력 확보’ 때문입니다. 최근 수조원 규모 반도체 공장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데 정작 공장을 돌릴 이공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모임은 특히 여성 인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른 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반도체 여성 비중을 끌어올려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것입니다. 반도체 장비 업체 캐논은 지난달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을 공장에 초대해 로봇 팔을 조작하게 하고 반도체 원료인 웨이퍼를 만져보는 체험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반도체 관련 제조 시설은 보안상 외부 공개를 거의 하지 않지만 미래 인재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문을 연 것입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 도쿄 일렉트론도 조만간 일본·미국 11개 대학 학생 5000명을 대상으로 반도체 교육 프로그램을 열 예정입니다. 오는 12월엔 도쿄에서 여대생을 대상으로 취업박람회도 개최합니다.

일본 기업들이 그동안 반도체 기업 진출이 적었던 여성 인력까지 확보하려 나선 것은 그만큼 인력난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단시일에 성과를 낼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반도체 분야는 기술 문턱이 높아 하루아침에 뚝딱 맞춤형 인재를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과 대만 기업에 밀리며 반도체 생태계가 붕괴돼 전문 인력이 급감한 데다 이공계 기피 현상도 심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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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반도체 구인난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삼성, SK 등 대기업들이 자금을 쏟아부어 대학에 취업이 보장되는 반도체학과를 만들었지만 의대에 밀려 미달 사태를 빚는 지경입니다. 향후 10년 뒤 심각한 반도체 인력 부족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은 우리도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제대로 된 장기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다른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반도체도 결국 인재 경쟁이 기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