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30만 소상공인에게 경영 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은행 설립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최대 수준 소상공인 데이터를 활용해 소상공인 특화 은행업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김동호 KCD 대표는 11일 서울 서초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상공인을 전문으로 하는 챌린저 뱅크를 만든다고 하면 우리가 다른 기업들보다 잘할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융 당국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11일 "소상공인 전문 특화 은행을 만든다고 하면 우리가 다른 기업들보다 잘할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신용데이터

정부는 지난 2월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핀테크를 활용,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챌린저 뱅크’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챌린저 뱅크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대출, 환전, 송금 등 특화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은행을 말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비슷하지만 타깃이 구체적이고 서비스도 전문적이다.

2016년 창업한 KCD는 자사의 소상공인 데이터가 특화 은행에 최적화돼 있다고 했다. 전국 200만 소상공인 가운데 가게의 매출과 비용을 관리하는 캐시노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소가 130만곳에 달한다. 캐시노트는 자영업자가 가장 필요한 시간별·일별·주별·월별 매출관리(장부 서비스)를 기본으로 매장 운영 정보, 식부자재 마켓, 커뮤니티 등으로 확장해 왔다.

김 대표는 “재무 실적이 비슷한 가게라고 하더라도 단골 손님 비율 증감 같은 데이터는 판이하다”면서 “구체적인 데이터를 활용해 폐업률 예측 같은 기존 은행들이 평가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수치화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은행에서는 사업 실적이 없으면 대출을 받기 힘들다. 하지만 KCD의 데이터 분석으로는 어떤 상권에서 어떤 업종을 하는지에 따라 매출 예측도 가능하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금융권에서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했던 소상공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다양하게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KCD는 이날 지난해 실적도 공개했다. 지난해 매출은 연결기준 636억원으로 전년(68억원) 대비 약 10배로 성장했다. 영업손실률은 363%에서 57%로 5분의 1 수준까지 줄었다. 김 대표는 “이전까지는 고객을 모으는 데 집중했고, 작년부터는 광고 등 비즈니스 모델(BM)을 본격적으로 붙이기 시작했다”며 “올해 매출은 2000억원 정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KCD는 2년 내 기업공개(IPO)를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KCD는 지난해 10월 약 3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1조1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이 넘는 비상장 기업)이 됐다. 지금까지 누적투자액은 1600억원에 이른다. 상장 계획과 관련해, 김 대표는 “올해 이익을 내기 시작하고 내년에는 한 번 더 매출이 점프할 것”이라며 “그런 2024년 실적을 토대로 2025년에는 어느 정도 여건이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