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빙. /AP 연합뉴스

인공지능(AI) 챗봇이 드디어 검색 엔진에 결합되며 새로운 검색 시대가 열렸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7일(현지시각) 미 워싱턴주 레드먼드 본사에서 행사를 갖고, AI 챗봇을 결합한 검색엔진 ‘빙’의 새 버전을 발표했다. 사티야 나델라 MS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검색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됐다”고 했다.

◇AI 검색 시대 열렸다

MS의 검색엔진 빙엔 오픈AI의 챗GPT에 적용된 GPT3.5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적용됐다. 챗GPT보다 더 최신 정보를 제공한다. 챗GPT는 2021년까지의 정보를 기반으로 답변하지만 빙에서는 1시간 전까지의 최신 정보를 종합해 답변할 수 있다.

방식은 챗GPT와 비슷하다. 일단 웹 브라우저인 엣지를 통해 검색엔진 빙에 접속해야 한다. 검색창에 대화형으로 질문을 하면 기존 검색 결과와 함께 오른쪽 상단에 대화형의 답이 제공되는 식이다. 사용자는 답변을 보고 질문을 추가로 할 수 있다. 아예 빙 챗봇과 직접 대화하는 채팅 창도 있다.

예컨대 ‘채식주의자 친구를 집으로 초대할 때 어떤 음식을 준비해야하는지’ ‘멕시코로의 5일간의 여행 일정을 짜달라’고 묻거나 지시하면 챗봇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링크를 검색 결과로 보여준다. 출처를 밝히는 것이다. 나델라 CEO는 “오늘 경기가 시작됐고, 우리는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며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소프트웨어 카테고리인 검색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샘 알트만 오픈AI CEO는 “지난 20년간 이 순간을 기다려온 것 같다. 이 자리에 함께 해 행복하다”고 했다.

기념일에 갈만한 지역을 추천해달라는 물음에 빙 AI 챗봇이 답하는 모습. /빙 캡처

이날 MS는 레드먼드 본사에서 열린 행사에서 취재진에게 다양한 빙의 검색 능력을 체험하게 했지만, 대중에게는 아직 제한을 걸었다. 현재는 이러한 검색 유형 12가지를 예시로만 제시한 상태다. ‘4륜 구동에 제로백이 6초 이하이며, 좌석 수가 6개 이상이고 리뷰가 좋은 차를 추천해달라’고 물으면 기아 텔루라이드, 현대 팰리세이드, 테슬라 모델 Y, 볼보 XC90, 어큐라 MDX를 추천해준다. 현재 MS는 제한된 사람에게만 새로운 빙을 테스트용으로 제공하고, 추후 수주 안에 대중에게 확대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빠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MS는 새로운 빙이 웹 브라우저 엣지에서만 가능하지만 앞으로 크롬 등 다른 웹브라우저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 크롬에서 빙을 접속해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MS는 검색 엔진 빙과 함께 웹 브라우저인 엣지 브라우저에도 AI 기술이 탑재된다고 설명했다.

챗GPT는 없는 사실을 지어내는 경향이 있는데 빙에 적용된 AI 챗봇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MS 측도 이런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 MS는 빙의 인터페이스에 “빙은 AI로 구동되므로 실수가 가능하다”고 적어놨다. 사티야 나델라 MS CEO는 “이 도구는 우리가 일을 더 잘하고 고된 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계가 우리를 몰아낼 것이라는 신호가 아니라 긍정적인 진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빙을 소개하는 사티야 나델라 MS CEO. /로이터 연합뉴스

◇MS, 구글 독주 제동 걸까

AI 챗봇 기능을 탑재한 빙이 나오면서, 글로벌 검색엔진 시장이 지각변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글로벌 검색 엔진 시장에서 구글은 92.9%, 빙이 3.03%, 야후가 1.22%, 얀덱스(YANDEX)가 0.85%, 바이두가 0.65%, 덕덕고가 0.58%를 차지하고 있다. 절대적으로 구글이 장악한 시장이다. 하지만 MS가 구글보다 먼저 AI 챗봇을 검색엔진에 적용하면서 이러한 구도가 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일이 검색할 필요 없이 AI 챗봇에 물어보면 더 편한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MS 행사장에 등장한 샘 알트만 오픈AI CEO. /AP 연합뉴스

물론 구글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구글 전날인 6일 새로운 AI 챗봇인 ‘바드’를 공개했고, 8일(현지시각) AI 관련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구글은 AI 챗봇을 조만간 구글 검색에 적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테크 업계에선 AI 챗봇 기능을 적용한 검색 엔진 시대가 열리면서 현재 빅테크의 수익 구조가 바뀌고 서비스와 제품의 양상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현재 검색 엔진에는 광고가 붙는데, 사용자들이 검색 대신 AI 챗봇을 사용하면 광고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은 AI 챗봇 기술을 개발했지만 수익을 해칠 가능성을 우려해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직 AI 검색 레이스의 승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긴 이르다”며 “하지만 우리가 정보를 얻는 방법과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에 큰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