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산보호 신청을 한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붕괴 여파가 가상화폐 대부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FTX 붕괴가 ‘가상화폐의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는데 피해 업체들이 하나둘 나타나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등 외신은 가상화폐 대출업체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신규 대출 및 환매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FTX 사태 여파로 고객들의 인출 요청이 늘어나며 감당할 수 있는 유동성을 초과한 것이다.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이날 자사 트위터에 “우리의 우선순위는 고객 자산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신규 유동성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FTX 붕괴로 FTX에 1억7500만달러(2300억원)가 묶여있다.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신규 대출과 환매를 중단하자 거래량 기준 세계 6위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도 타격을 입었다. 제미니는 이날 고객들에게 가상화폐 예치 이자 서비스인 ‘제미니 언’ 이용자의 자금 상환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제미니는 제네시스 트레이딩과 협업해 고객이 가상화폐를 맡기면 이자를 주는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신규 대출을 중단하면서 제미니 언 프로그램도 불가능해진 것이다.
올 하반기 자금난에 봉착했다가 FTX의 도움을 받았던 업체들은 FTX의 붕괴로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가상화폐 대부업체 블록파이가 파산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록파이는 지난 6월 가상화폐 가격 하락으로 위기에 처했고, FTX가 2억5000만달러 한도로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리볼빙 크레디트를 제공하며 겨우 살아났다. 하지만 FTX가 붕괴하며 이러한 자금 지원이 불가능해졌고 파산하는 것이다.
FTX가 인수를 추진했던 코인 중개·대부업체 보이저디지털도 다른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 FTX는 지난 9월 당시 약 2조원에 파산한 보이저디지털을 인수한다고 밝혔는데, 이제 인수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FTX가 가상화폐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미 하원은 FTX 붕괴 관련 청문회를 12월에 열 계획이다. 미 하원은 FTX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 등 경영진을 불러 경영 방식과 붕괴 이유 등을 물을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