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가파른 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 위기로 스타트업 업계의 투자금이 말라붙으면서 신생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의 출현이 크게 줄었다.
스타트업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올 3분기 전 세계에서 새로 등장한 유니콘은 27개에 그칠 전망이다. 막대한 투자금이 몰리면서 전 세계 스타트업 시장이 뜨거웠던 작년 3분기(136개)와 비교하면 5분의 1로 급감한 것이다. 2020년 3분기(38개)에 비해서도 29% 줄었다.
유니콘 탄생 속도는 올 2분기부터 둔화됐다. 올 2분기 신생 유니콘은 87개로 작년 2분기 147개의 59% 수준에 그쳤다. 투자 규모가 비교적 작은 시드(극초기)나 시리즈A 펀딩에는 투자자들이 지갑을 열지만, 규모가 큰 시리즈C 이상 투자는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고 이미 유니콘이 됐거나 상장을 앞둔 스타트업들의 기업 가치가 크게 쪼그라들면서 벤처캐피털들이 투자에 신중해졌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아시아에서 새로운 유니콘 탄생 속도가 크게 둔화됐다. 올해 2분기 전체 신생 유니콘 국적에서 미국의 비율은 58%로 1분기(63%)보다 5%포인트 낮아졌다. 아시아 유니콘 비율은 18%로, 최근 4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 국적 유니콘은 전체 중 19%를 차지하며 비율이 오히려 커졌다. CB인사이츠는 “미국과 아시아 스타트업에 관심을 기울이던 타이거글로벌, 소프트뱅크 같은 대형 투자자들이 주춤하면서 미국과 아시아 스타트업 시장이 악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투자자가 몰리며 급성장한 핀테크 분야도 최근 인기가 급격히 식었다. 올 2분기 핀테크 스타트업에 몰린 투자금은 204억달러(약 28조3500억원)로, 1년 전의 절반 수준이었다. 선구매-후결제 분야의 대표적인 업체인 클라르나의 기업 가치가 2021년 6월 456억달러(약 63조4000억원)에서 67억달러로 폭락한 것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벤처 투자 시장이 스타트업 우위에서 다시 투자자 우위로 바뀌면서 투자를 받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