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기업 1위가 삼성전자에서 대만의 TSMC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불황의 여파에 따른 것이다.

◇메모리 불황에, 세계 반도체 1위 바뀌나

8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대만 TSMC가 올 3분기(7~9월)에 전 분기 대비 11% 증가한 202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반도체 시장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1위인 삼성전자는 2분기 대비 매출이 19% 꺾인 183억달러를 기록하며 2위로 밀려날 것으로 봤다. 미국 인텔은 같은 기간 1% 상승하며 동일하게 3위를 지킬 것으로 예상했다. IC인사이츠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자유낙하(free-fall)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며 “반도체의 대규모 재고 조정 기간이 최소 내년초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 1위는 삼성전자와 인텔간 싸움이었다. 삼성은 지난해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인텔을 제치고 매출 기준 반도체 시장 1위를 탈환했다. 2018년 인텔에 정상을 넘겨준지 3년만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인텔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1위 업체다. 하지만 올들어 메모리 업황이 급격히 악화되며, 삼성이 TSMC에 재차 1위를 내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이다. TSMC는 시스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foundry) 분야의 세계 1위 업체다. 지난해 반도체 매출은 삼성전자(820억달러), 인텔(767억달러), TSMC(568억달러) 순이었다.

IC인사이츠

◇”다운사이클, 최소 내년까진 이어질 것”

실제로 최근 반도체 산업의 ‘다운(하락) 사이클’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D램,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전월 대비 또 내리면서 각각 2개월, 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같은 날 통계청은 “7월 반도체 재고(在庫)가 1년 전보다 80%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며, 이튿날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반도체 수출이 26개월 만에 역성장(7.8%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반도체 전문가 30인 설문 조사에서도, 17명(56.7%)이 “현재 국내 반도체 산업이 ‘위기 상황 초입’에 있다”고 답했다. ‘위기 상황 한복판’이란 답변도 20%나 됐다. 전문가 10명 중 7명 이상(76.7%)이,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경제 버팀목’ 반도체 산업이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한 것이다.

‘다운 사이클’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를 두고선 ‘내년 상반기까지’라는 낙관적인 견해와 ‘내년 하반기 이후까지 봐야 한다’는 비관적인 견해가 맞서고 있다. 대한상의가 진행한 반도체 전문가 설문에선 위기 상황이 ‘내년 안에 끝날 것’과 ‘후년(2024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4대6 정도로 갈렸다.

삼성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경계현 대표도 7일 “하반기뿐 아니라 내년에도 (업황이) 뚜렷하게 좋아질 모멘텀(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위기 상황이 시장 점유율이나 이익을 높이는 기회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