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락한 가상 화폐 테라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용되는 코인의 발행사가 고객 자금 78억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자, 이 회사에 투자한 카카오 자회사가 직접 나서 해명하는 일이 벌어졌다. 코인 발행사가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않자, 고객들의 항의가 투자사로 향한 탓이다. 가상 화폐 업계에선 “최근 테라 폭락 사태로 가상 화폐 시스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과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1월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는 가상화폐 발행사 크로노스다오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투자 금액은 비공개다. /크로노스다오

논란을 촉발한 것은 크로노스다오라는 블록체인 업체로, 최근 자신들이 발행한 가상 화폐 ‘카이로스캐시’ 600만달러(약 78억원)어치를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카이로스캐시도 테라 코인처럼 ‘1코인=1달러’로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이다. 발행사인 크로노스다오는 카이로스캐시 600만달러어치를 또다른 스테이블코인 ‘다이’ 600만개로 교환했는데, 준비금 성격으로 발행사 계좌에 있어야 할 다이 코인 600만개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카이로스캐시 투자자들이 회사 측에 “자금 흐름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크로노스다오 측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아 논란이 커졌다. 항의가 계속되자 크로노스다오는 투자자와 소통하던 텔레그램 메신저 방마저 폐쇄했다. 심지어 가상 화폐 프로젝트를 청산하는 방안에 대한 투표까지 강행하면서 투자자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

그러는 사이 불똥은 지난 1월 크로노스다오에 투자를 한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로 튀었다. 투자자들은 크러스트에도 중재와 해명을 요청했고, 크러스트는 지난 21일 투자자 단체 채팅방에 “크러스트는 크로노스다오에 단순 투자했으며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면서도 “(발행사 측은) 현재 카이로스캐시에 대한 담보(준비금)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나 다른 스테이블코인으로 담보를 마련할 예정”이라는 글을 올렸다. 투자자들을 대신해 크러스트가 발행사 측에 직접 ‘사실확인’을 해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행사가 600만개 다이 코인 중 일부를 테라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크러스트는 “빠른 시간 내 투명하게 소명되도록 크로노스 팀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