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네이버 새 수장이 된 최수연(41) 대표가 13일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열고 ‘5년 내 글로벌 이용자 10억명 확보, 매출 15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발표했다. 현재 7억명 수준인 글로벌 이용자를 40% 넘게 끌어올리고, 6조8176억원(지난해) 수준인 매출을 두 배 이상으로 신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북미·유럽 시장을 거점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이용자 3억명을 확보한 메타버스(가상 세계) 앱 제페토를 발판 삼아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경기도 분당 제2사옥 ‘1784′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2005년 신입 사원 시절, 무모하게 글로벌을 외치던 네이버가 이제 글로벌 매출 비율 40%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앞으로 10억 이용자를 확보해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 같은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고 했다.
◇5년 내 매출 15조 간다
이날 최 대표가 강조한 키워드는 ‘글로벌 3.0′이었다. 전임 대표 시절 확보한 일본·북미·유럽 사업 거점을 기반으로 새로운 글로벌 사업 기회를 만들고, 각 사업 부문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글로벌에서는 한 팀처럼 움직인다는 전략이다.
최 대표는 일본에서 메신저 라인의 성공을 글로벌 1.0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일본에서 라인과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Z홀딩스와 경영을 통합하고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제록스 유럽 AI 연구소를 잇따라 인수한 것을 글로벌 2.0 단계라고 했다. 이어질 3.0 단계에선 일본·북미·유럽 각 거점에서 지역 특성에 맞게 사업을 확장한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일본에는 커머스뿐 아니라 클라우드·인공지능 같은 네이버의 전 분야가 진출하고 북미는 웹툰을 중심으로 콘텐츠 비즈니스를, 유럽에서는 커머스와 콘텐츠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최 대표는 금융 투자 전문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적극적인 인수·합병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남선 CFO는 “북미·유럽의 커머스와 콘텐츠 기업 위주로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메타버스 청사진도 제시했다. 제페토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게임, 가상현실(VR)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물론, 스포츠·카페·블로그 등 네이버 커뮤니티를 접목해 새로운 메타버스 사업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대표 직속으로 메타버스 TF(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최 대표는 “다 함께 경기를 관람하고 후기를 공유하는 스포츠 커뮤니티형 메타버스를 하반기 먼저 선보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수연 신임 대표가 떠안은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고점 대비 30% 넘게 떨어진 주가를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로 꼽힌다. 김남선 CFO는 “네이버는 마케팅이 아니라 본연의 힘으로 성장해와 국내외 다른 인터넷 기업과 달리 이익률이 상당하다”며 “실적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주가가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최 대표도 자신의 연봉 절반을 주가와 연동되는 옵션으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MZ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처우 개선 요구와 조직 문화 개선, 인재 확보도 장기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다.
◇로봇이 짐 나르는 신사옥도 공개
한편 네이버는 이날 제2사옥 1784를 외부에 처음 공개했다. 최 대표는 “건물 주소(178-4번지)와 산업혁명이 처음 시작된 1784년에서 이름을 따왔다”며 “산업혁명이 인류의 일상을 바꿔놨듯, 네이버를 통해 다시 한번 일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미”라고 했다.
지하 8층, 지상 28층 규모의 네이버 신사옥은 국내 최초의 로봇 친화 빌딩으로 만들어졌다. 이날 빌딩 내부에서는 로봇이 택배로 온 짐을 담아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직원의 자리까지 배송하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자율 주행 로봇 루키가 100여 대 배치될 것”이라고 했다. 또 4층 네이버 사내 병원에는 네이버 인공지능 클로바가 의사의 진단과 처방 내용을 자동으로 기록했다. 최수연 대표는 “제2사옥은 헬스케어 등 라인·웹툰·제페토를 능가하는 글로벌 사업의 새로운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