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일본 등은 반도체 기술 개발과 생산 시설 유치에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을 외부에 의존해서는 인공지능·5G·자율주행차·빅데이터 같은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은 지난해 반도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미국 인텔은 물론 해외 기업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에도 획기적인 지원금과 세제 혜택 등을 내걸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할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에 미 정부와 지방정부가 지급할 세제 혜택만 해도 10년간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에 이른다. 인텔과 TSMC도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520억달러(약 62조6000억원)에 이르는 정부 예산을 반도체 산업 육성에 쏟아부었다. 제조 기술에서는 아직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지만, 반도체 설계 등 일부 분야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화웨이를 비롯해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같은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반도체 개발과 생산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2030년까지 반도체 기업의 법인세 25%를 감면해주며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치열해지는 미⋅중 갈등 속에서 언제 반도체 공급이 끊길지 모른다는 중국 정부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정책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에서 밀렸던 일본도 최근 정부 차원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일본은 지난해 4000억엔(약 4조14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구마모토에 TSMC 공장을 유치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TSMC에 “최소 10년간의 안정적인 생산”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유럽 역시 2030년까지 글로벌 반도체의 20%를 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반도체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로이터는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가 부지 제공과 세제 혜택 등을 앞세워 인텔과 공장 건설을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