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공개한 전기차 4일(현지 시각) 소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CES 2022 키노트 행사를 열고 전기 SUV 콘셉트카 비전2를 공개하고 전기차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소니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2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일본 소니 전시장에 설치된 무대에 전기차 콘셉트카 2대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회장은 “올봄 소니 모빌리티를 설립하고,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75년 역사의 전자 업체 소니가 전기차 회사를 세워 자동차를 양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올해 CES가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경쟁 업체가 서로 손을 잡으며 합종연횡을 펼치는 패러다임 시프트(인식의 전환)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첨단 테크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기존 영역을 고수하거나 독자 생존만을 고집해서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 업계, 미래차 공략 나서

차 안에 LG 가상인간 래아 LG전자가 공개한 미래 자율주행차 내부 콘셉트 영상. 차량에 들어서면 사람 키만 한 화면에 가상 인간 래아가 나와 목적지를 안내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운동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LG전자

전자 업계 대표 기업들은 이번 CES에서 일제히 자동차 관련 신기술과 청사진을 선보였다. 이들은 급격히 확산되는 전기차와 조만간 도래할 자율주행 시대에 자동차가 또 하나의 집이나 사무실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첨단 기술력으로 자동차의 안전성을 높이고, 즐길 거리가 가득한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들의 구상이다.

차 안에 LG 가상인간 래아 LG전자가 공개한 미래 자율주행차 내부 콘셉트. 차량에 들어서면 사람 키만 한 화면에 가상 인간 래아가 나와 목적지를 안내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운동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LG전자

소니는 자사가 강점을 가진 이미지 센서 기술을 전기차에 최대한 활용했다. 요시다 회장은 “이번에 공개한 7인승 SUV형 모델 ‘비전2′는 차량 내외부에 40개의 센서를 장착했다”면서 “차량 주변 360도를 빈틈없이 감지하면서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4일 미래 모빌리티 공간을 꾸밀 서비스와 제품을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탑승자가 차에 앉으면 대형 화면에 LG전자가 개발한 가상 인간 김래아가 등장해 목적지를 안내하고, 주행 중에는 피트니스 수업도 진행하는 식이다. 삼성전자도 전시 부스의 한 부분을 미래차 공간으로 꾸렸다. 부스 한가운데에 놓인 모형 자동차 운전석에 앉으니 앞유리 위로 주행 속도와 방향, 내비게이션, 전화 목록 같은 정보가 반투명하게 비쳤다. 삼성 관계자는 “자동차를 마치 스마트폰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파나소닉은 운전자의 눈동자 위치를 파악해 시선이 가는 곳에 차량 주행 정보를 띄우는 HUD(헤드업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차 앞 유리 밑에 AR(증강현실) 카메라와 광학 장치를 설치해 운전자 시야를 인식해 화면을 띄워주는 식이다. 파나소닉은 “운전자가 졸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물론, 건강상태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했다.

S 자로 접히는 삼성폰 삼성디스플레이가 CES 2022에서 선보인 두 번 접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알파벳 S 자 모양처럼 접힌다. /삼성디스플레이

◇자동차 업계, 로봇에 미래 올인

모빌리티 업체들은 로봇으로 눈을 돌렸다. 현대차는 전시 부스를 차량이 아닌 로보틱스 관련으로만 꾸몄다. 작년 인수한 로봇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 보행 로봇, 웨어러블 로봇 등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 보쉬는 자율주행 전기자전거와 요리용 로봇 등을 공개한다. 미국 트랙터 업체 존디어는 로봇과 컴퓨터비전 기술이 접목된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였다.

이번 CES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다른 산업 분야의 기업과 손잡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 업체 퀄컴은 4일 마이크로소프트, 볼보·르노와 손잡았다고 밝혔다. 퀄컴의 반도체를 마이크로소프트의 AR 기기나 볼보와 르노의 차량에 탑재하겠다는 것이다. 인텔 자회사 모빌아이는 폴크스바겐, 포드, 중국 지리자동차와의 협업을 발표했고, 삼성전자는 친환경 이미지 강화를 위해 의류 업체 파타고니아와 함께 미세 플라스틱 저감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