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이 화상회의, 메신저 등 업무용 소프트웨어 기능을 대폭 개선하고 있다. 사무실과 집을 번갈아 가며 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무용 소프트웨어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9일(현지 시각) 마이크로소프트는 업무용 소프트웨어인 ‘MS 팀스’ 업데이트를 발표했고, 하루 앞선 8일엔 구글이 기업용 협업 소프트웨어 ‘워크스페이스’ 기능을 강화했다.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전 세계 화상회의 시장은 2021년 92억달러(10조8000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19.7%씩 성장해 2026년 225억달러(26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어디서 어떻게 일하고, 왜 일을 하는지에 대해 기존과 다른 생각을 갖게 됐다”며 “기업들은 직원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협업할 것인지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고민하며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구글

◇AI 활용하고 새로운 화상회의 기기 선보여

테크 기업들은 AI(인공지능)와 노이즈 캔슬링(잡음 제거) 등의 첨단 기술을 적용해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탈바꿈시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MS 팀스는 회의 중 AI가 현재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자동으로 찾아내 메인 화면에 크게 띄워주는 기능을 새로 탑재했다. MS 오피스 제품인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발표할 경우, 파워포인트 안에 현재 말하는 사람의 영상을 삽입할 수 있는 기능도 생겼다.

구글은 기업용 협업 소프트웨어 ‘워크스페이스’를 업데이트했다. 스마트폰으로 동료와 메일을 주고받다가 설치된 지메일 앱을 통해 바로 화상통화가 가능하다. 특히 구글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구글 미트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화이트 보드 형태의 27인치 화면 ‘시리즈 원 데스크 27’과 65인치 화면 ‘시리즈 원 보드 65’ 기기도 출시했다. 이 기기는 AI와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활용해 말하는 사람의 음성을 정확하게 포착해 전달한다.

구글은 또 화상회의 프로그램 웹엑스를 운영하는 시스코와도 협업하기로 했다. 구글과 시스코 화상회의 기기로 서로의 화상회의 프로그램에 자유롭게 접속이 가능하다. 블룸버그는 “구글과 시스코가 선두 주자인 줌을 따라잡기 위해 손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사태 중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하며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는 줌도 소프트웨어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 시중에 출시된 50여개 업무 협업 소프트웨어를 한데 모은 ‘줌 앱스’를 출시했고, 지난 8일엔 화상회의 기기 업체인 니트(Neat)에 3000만달러(350억원)를 추가해 총 4100만달러를 투자했다. 줌은 13일 자체 콘퍼런스인 줌토피아를 열고 강화된 화상회의 서비스도 소개했다.

◇사무실 가기 싫은데 동료는 그리워

테크 기업들이 원격 근무용 소프트웨어와 관련 하드웨어를 강화하는 이유는 코로나 시대의 근무 체계가 기존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는 자칫 직원들의 번아웃을 부르고 불만을 높일 수 있다. 현재 원격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은 1년 반 전 재택근무를 시작할 때와는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직원 16만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 중 73%의 직원은 사무실 근무 중심이 아닌 유연한 원격 근무 옵션을 원했다. 하지만 동시에 전체 중 67%의 직원이 다른 팀원과의 더 많은 대면 접촉 교류를 원한다고 답했다. 매일 사무실에 나가는 것도 싫지만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도 아쉽다는 것이다. 사티야 나델라 CEO는 “이는 하이브리드의 역설”이라며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운영 방식과 업무툴 전반에 유연성을 도입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행사에서 나델라 CEO와 대담을 나눈 라이언 로즐란스키 링크드인 CEO는 “이제 회사를 선택할 때 회사의 근무 형태도 매우 중요해졌다”며 “직원과 회사를 둘러싼 물리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업무가 이뤄지는 소프트웨어 가상공간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