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이 공개한 메타버스 회의실 호라이즌 워크룸. /페이스북

메타버스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힌 페이스북이 19일(현지시각) 처음으로 메타버스 관련 서비스를 시작했다. VR 기기를 끼고 가상세계에서 실제 회의를 하는 ‘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s)’이 그것이다.

호라이즌 워크룸은 VR 기기인 퀘스트2를 끼고 들어갈 수 있는 가상 회의실이다. 눈앞에 실제 회의실과 책상과 의자, 화이트보드 등이 펼쳐진다. 회의실 안에서 본인을 비롯해 다른 회의 참가자는 자신의 모습과 닮은 맞춤형 아바타로 표현된다. 대화형 가상 화이트보드가 회의실 벽에 따라 늘어서 있어 사람들은 실제 회의실처럼 이 공간에서 글을 쓰고 표와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현재 무료앱으로 제공되며 베타 서비스다.

19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이 공개한 메타버스 회의실 호라이즌 워크룸. /페이스북

◇현실의 컴퓨터와 키보드도 연동해 가상 회의 가능

호라이즌 워크룸에는 사용자가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와 키보드 등도 연동해 가상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컴퓨터에 저장된 PPT나 보고서를 가상 회의실인 호라이즌 워크룸에서도 띄워놓고 함께 회의할 수 있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워크룸에서는 실제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사람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몸을 돌리고, 손짓하고 공간적 오디오를 느끼며 비디오 회의에서 느낄 수 없는 단서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줌보다 낫다는 자신감이다.

호라이즌 워크룸은 회의 참여자 숫자에 따라 자동으로 공간이 확대되거나 축소된다. 회의 목적에 맞게 가상 회의실의 구조도 바꿀 수 있다. 페이스북은 “VR 기기가 없는 사람은 영상통화로 이 공간에 접속할 수 있다”며 “영상통화로 접속된 사람들은 실제 회의를 할 때처럼 가운데 대형 화면에 얼굴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호라이즌 워크룸에 참여할 수 있는 회의 규모는 VR 기기 소유자 16명, 화상통화 참가자를 포함하면 총 50명이다.

19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이 공개한 메타버스 회의실 호라이즌 워크룸. 워크룸에서 실제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필기를 할 수 있다. /페이스북

호라이즌 워크룸의 특징은 회의 참가자들이 실제 현실세계에서 손을 움직이며 설명하면 가상 회의실에서도 이것이 구현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VR 기기를 쓰고 게임을 하려면 조작을 위해 컨트롤러를 사용해야 했지만 이젠 손 추적 시스템을 통해 컨트롤러가 없어도 가상세계에서 손을 움직일 수 있다.

이 서비스는 페이스북이 메타버스를 현실로 구현하려는 한 시도다.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7월 미 IT 매체인 더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5년 안에 페이스북을 SNS 회사가 아닌 메타버스 회사로 만들겠다고 했다. 19일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는 미래에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주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호라이즌 워크룸은 메타버스를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한 단계”라고 했다.

19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이 공개한 메타버스 회의실 호라이즌 워크룸. /페이스북

◇메타버스로 진격하는 페이스북

페이스북이 첫 번째 메타버스 서비스로 가상 회의실을 택한 것은 코로나 사태 동안 협업을 위해 사람들이 많이 사용한 영상 비디오 회의의 단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비디오 회의 중엔 몸짓 등 비언어적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실제와 같은 회의 느낌을 받기 어렵다. 계속 화면을 응시하고 있어야 해 30분 넘게 영상회의를 할 경우 참가자들은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이른바 ‘줌 피로감’이다.

페이스북은 이를 노리고 가상세계에서 현실세계와 비슷한 느낌을 받으며 회의를 할 수 있는 호라이즌 워크룸을 내놓았다. 특히 페이스북의 VR 기기인 퀘스트2가 코로나 기간 중 많이 팔리며, VR 기기 기반 메타버스를 구현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IT 업계에선 페이스북이 VR 기기인 퀘스트 2를 500만~600만개 판매한 것으로 추정한다.

19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이 공개한 메타버스 회의실 호라이즌 워크룸.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이미 페이스북에서는 공동 작업을 위해 호라이즌 워크룸을 사용하고 있다”며 “회의 참가자들이 물리적으로 함께 할 수 없는 경우 호라이즌 워크룸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호라이즌 워크룸이 바꿀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바로 회의의 재미다. 페이스북의 증강·가상현실 부문 보스워스 부사장은 “VR도 지루한 회의를 재밌게 만들 순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