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중국 텐센트게임즈의 새 모바일 게임 ‘백야극광’이 구글과 애플의 한국 게임 앱 매출 순위에서 각각 6위에 올라섰다. 출시 5일 만에 세운 기록으로, 국내 대표 게임사인 엔씨소프트의 신작 ‘트릭스터M’, 넥슨의 ‘V4’와 같은 인기작들을 추월한 것이다. 기존에는 한국 운영사를 통해 게임을 출시해왔던 텐센트는 이번엔 직접 국내 서비스에 나섰다. 국내 게임 업계에선 “텐센트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은 꽉 막힌 상태지만 중국산(産) 게임들은 모바일 게임의 본고장인 한국의 안방 시장을 흔들고 있다. 2000년대~2010년대 초반 한국 게임들이 중국 시장을 휩쓸었던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23일 기준 국내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순위 상위 20위 가운데 6개가 중국산 게임이다. 업계에 따르면 구글 매출 10위권 게임은 일평균 1억7000만원 이상, 5위권은 2억7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 국내 게임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중국 게임은 200여개지만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게임은 단 1개였다”며 “중국 업체들은 직접 한국 내 서비스까지 뛰어들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韓 게임 노하우 흡수한 중국 안방 시장 점령

한국 내 직접 서비스를 하는 건 텐센트뿐만 아니다. 지난달 25일 중국 동영상 콘텐츠 업체 ‘빌리빌리’가 출시한 모바일 게임 ‘파이널기어’는 한때 국내 구글 게임 앱 매출 3위까지 올랐다. 이 차트에서 수년째 1·2위를 지키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과 ‘리니지2M’을 빼면 국내에 출시한 신작 중에선 사실상 1위를 한 셈이다. 이 게임은 당초 넥슨이 국내 서비스를 맡는 쪽으로 협의가 진행됐지만, 중국 업체가 직접 서비스하기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순위 4위인 ‘기적의 검’(운영사 4399코리아), 5위 ‘라이즈 오브 킹덤즈’(릴리스게임즈), 13위 ‘삼국지 전략판’(쿠카게임즈) 등도 중국 업체들이 직접 서비스하는 게임들이다.

게임 업계에선 “중국 게임사들이 이제 한국 업체의 도움이 필요 없을 정도로 글로벌 위상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중국 게임들은 ‘짝퉁 게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출시되는 신작들은 아예 ‘글로벌 대작’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한국·동남아·미국·일본 등에 동시 출시되고 있다.

중국산 게임의 해외시장 수익도 급증세다. 중국 정부의 ’2020 중국 게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이 해외에서 거둔 매출은 154억5000만달러(약 17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33.3%나 늘었다. 그 가운데 한국에서 거둔 매출은 약 1조5400억원으로, 중국 게임의 전체 해외 매출에서 미국·일본에 이은 3위(8.8%)였다.

◇한국 게임엔 빗장 건 중국의 역차별

중국산 게임이 한국에서 수익을 쓸어가는 사이, 한국 게임은 2017년 사드 갈등 이후 중국에서 판호(신규 게임 허가증) 발급이 막혀 시장 진출조차 못 하고 있다. 작년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워’가 근 4년 만에 판호를 발급받았지만, 보름간 170여개 한국 게임에 판호가 나오던 2000년대 중반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이런 역차별은 결국 우리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게임은 판호를 받아도 중국 현행법에 따라 중국 시장에서 직접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외국 게임의 중국 진출을 허용하되, 중국 현지에서의 운영은 중국 게임사에 맡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도 현지 운영사인 텐센트가 매년 두둑한 운영 수익을 챙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