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요의 '원신' 플레이 장면

중국 IT매체 콰이커지는 최근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견 게임업체 미호요가 지난해 말 회사 게임 개발팀에 평균 16개월어치의 월급을 상여금으로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성과금 외에도 올해 새해를 맞아 애플 맥북 프로 16인치 모델, 아이폰11프로와 같은 고가 IT 기기를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현지에서도 게임 마니아가 아니면 잘 모르는 업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출시한 신작게임 ‘원신(原神)’이 글로벌 흥행을 거두면서 연말 ‘상여금 잔치’를 벌이게 된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판호(허가증) 발급을 중단하면서 한국 게임에 빗장을 건 중국이 이른바 ‘쯔옌(自硏·자체 개발)’ 게임들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사이 중국 게임업계가 앞다퉈 베끼기 바빴던 한국 게임 업체들은 이렇다 할 히트 상품을 내놓지 못하며 경쟁에서 뒤처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중국 게임의 해외 수출액은 처음으로 1000억위안(약 16조9700억원)을 넘어섰다. 자국 시장을 제외한 해외 매출만으로도 한국 게임사들의 매출 전체(약 17조원)와 비슷해졌다. 더 이상 중국 게임을 ‘짝퉁’이나 ‘자국 내수용’으로 폄하하기 힘들어졌다.

◇세계로 진격하는 ‘중국산 게임’

2011년 창업한 미호요의 히트작 ‘원신’은 지난해 9월 28일 출시 후 단 1개월 만에 모바일 게임 글로벌 매출 1위 게임으로 등극했다. 게임업계에선 원신을 두고 “게임 산업 후발 주자인 중국이 일본이 잘하는 콘솔 게임과 한국이 잘하는 모바일 게임의 장점만 뽑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게임산업을 주도할 성공 공식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미호요는 첫 출시부터 흥행 보장도 없이 PC·모바일·콘솔 버전을 동시에 출시하는 ‘초강수’를 뒀다. 일단 PC게임을 출시해보고, 반응에 따라 모바일이나 콘솔게임을 개발하는 국내 업체와는 다른 방식이다. 이 같은 ‘물량공세’는 원신이 모바일과 PC게임에 익숙한 아시아 시장과 콘솔 게임이 대세인 북미·유럽 시장을 함께 휘어잡은 핵심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자금력 차이로 우리는 시도하기 힘든 모델”이라고 말한다.

/미호요
/매직태번

베이징에 본사를 둔 게임업체 ‘매직태번’도 지난해 11월 출시한 캐주얼 모바일 게임 ‘프로젝트 메이크오버’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스토리에 캐릭터의 옷을 갈아입히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게임은 출시 직후 20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게임 분야 다운로드 1위에 등극했고, 한 달 만에 해외에서만 2600만달러(약 288억원)를 벌어들였다. 지난해 1~2분기에는 중국 릴리스게임즈의 모바일 전략게임 ‘라이즈오브킹덤’과 중소개발사 하이퍼그리프의 모바일 게임 ‘명일방주’가 글로벌 흥행을 이뤘다.

◇韓게임, 수년째 글로벌 대형 흥행작 부재

중소·중견 기업까지 글로벌 흥행작을 속속 내놓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수년째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중심의 인기 게임 순위가 큰 변동 없이 정체돼 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히트를 쳤던 게임은 2017년 출시된 펍지의 총쏘기 PC게임 ‘배틀그라운드’이다. 그나마 모바일 버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중국 텐센트와 공동 개발하면서 펍지는 텐센트와 수익을 나누고 있다. 국내 시장 매출 비중이 큰 게임업계의 문제도 여전하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대만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권에 게임 수출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매출 비중이 전체의 50~80%를 차지하고 있다. 넷마블은 미국 매출 비중이 38%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2017년 미국 게임사 ‘카밤’ 을 인수한 효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의 지나친 중국 시장 의존도가 한국 게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치엔잔산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의 최대 게임 수출국은 미국(27.55%)이었고, 2위가 일본(23.91%), 3위가 한국(8.81%)이었다. 하지만 국내 게임 업체들은 수출의 55.1%가 중국과 홍콩을 합친 ‘범중화권’에 집중돼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중국 자체 게임이 힘을 키운 상황에서 판호가 다시 열리더라도 한국 업체들의 공략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인기가 많은 콘솔 게임 개발을 강화하는 등 시장 다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