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루나'

“이것은 게임의 미래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자사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출시하며 한 말이다. 클라우드 게임은 멀리 떨어진 서버에서 실행되는 게임을 5G(5세대 이동통신)나 초고속 인터넷으로 접속해 즐기는 서비스다. 2~3년 전부터 조금씩 차세대 게임 사업으로 업계의 관심을 끌다, 올해부터 서비스가 본격화했다. 전 세계적으로 5G가 확산하면서 인터넷 네트워크 속도가 빨라지고, 신종 코로나 사태로 게임 수요가 짧은 기간에 급증하자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시장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자 기존 게임 업체뿐 아니라 아마존과 엔비디아, 구글, 페이스북 등도 클라우드 게임 경쟁에 뛰어들었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클라우드 게임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억8700만달러(약 4200억원)에서 오는 2023년 25억달러(약 2조7000억원)가 돼 6배가량으로 커질 전망이다.

◇구글·아마존 등 테크 공룡 ‘격전’

클라우드 게임의 최대 장점은 풀HD와 4K 급을 오가는 압도적 그래픽이다. 집에서 이 정도 사양의 게임을 즐기려면 50만~60만원대 최신형 콘솔 게임기나, 100만원대 고급형 그래픽 카드를 장착한 PC를 장만해야 한다. 하지만 클라우드 게임은 서비스 업체의 고성능 서버에서 실행되고, 게이머는 일반 스마트폰이나 PC, IPTV를 이용해 게임의 실행 영상과 소리를 실시간으로 받아본다. 실제 게임기 역할은 서버가 하고 스마트폰이나 PC, IPTV는 화면 역할만 하는 것이다. 서비스 이용자는 고가의 기기에 별도로 투자할 필요 없이 매달 이용료(구독료)만 내면 된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구글은 지난해 11월부터 월 9.99달러에 게임을 무한대로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스태디아’를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도 지난 9월 월 5.99달러를 내면 PC와 TV, 스마트폰에서 자유롭게 게임을 할 수 있는 구독형 게임 서비스 ‘루나’를 출시했다. 여기에 소셜미디어 강자인 페이스북이 지난 10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이용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페이스북 게이밍’을 내놨다. 후발 주자인 페이스북은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현재 무료로 게임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페이스북의 '페이스북 게이밍'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게임기 업체들도 뛰어들어

게임 개발사들도 클라우드 게임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게임앱을 판매해 수익을 거두는 방식이 아닌,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업체가 받는 구독료를 나눠 갖는 방식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앱 판매 방식의 경우, 현재 구글과 애플에 내야 하는 수수료가 30%에 달한다.

애플과 수수료 문제로 갈등을 빚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퇴출된 에픽게임스는, 미국 엔비디아의 ‘지포스나우’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통해 자사 게임 포트 나이트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지포스나우는 애플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애플 생태계에서 사라졌던 에픽게임스의 게임들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통해 다시 애플 기기로 돌아오는 셈이다.

콘솔 게임 업체들도 예외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콘솔 게임기인 엑스박스를 이용한 ‘엑스 클라우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내놨고, ‘엑스박스 게임 패스’ 요금제도 내놨다. 일본 소니 역시 플레이스테이션과 PC로 이용할 수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나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고사양 게임을 하기 위해 게임기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SK텔레콤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국내 시장에 서비스 중인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

◇국내에선 통신사들이 서비스

한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이끈 나라답게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 9월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을 선보였고, LG유플러스는 지난 1월부터 엔비디아의 지포스나우를, KT는 지난 8월 자체 구독형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출시해 선보이고 있다. 클라우드 게임은 초당 1기가비트(Gbps) 급 인터넷망이나 5G 연결 등 초고속·저지연 통신 환경에서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인터넷 접속 속도가 느리면 게임 화질이 떨어지고, 게임의 반응 속도도 느려져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기 어렵다. 통신 업계에선 “5G 통신망 구축이 진전되고 28㎓ 주파수 대역의 5G 서비스가 시작되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도 진가를 발휘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