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삼성전자는 2일 사장 승진 3명, 위촉 업무 변경 2명 등 총 5명 규모의 2021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김기남 부회장·김현석 사장·고동진 사장의 3인 대표 체제는 유지하면서 반도체 사업부 사장 3명 중 2명을 바꿨다.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최초로 CTO(최고기술책임자) 자리를 만들었고, 생활가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이재승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업계에서는 내년까지 이어지는 코로나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좋은 실적을 낸 부사장들을 ‘핀셋 승진’시킨 것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정기 사장단 인사로 삼성전자 전체 사장단 평균 연령은 작년보다 한 살 적은 58세가 됐다. 메모리 반도체 담당 사장은 기존 58세에서 53세로 다섯 살 젊어졌고, 파운드리(위탁생산) 총괄 사장은 60세에서 56세로 네 살 젊어졌다.

◇반도체 사장 3명 중 2명 교체

삼성전자는 주력인 반도체 메모리사업부장(사장)에 이정배(53) 현 D램 개발실장을 승진시켜 앉혔다. 이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석·박사를 했고, D램 설계팀장, 상품기획팀장, 품질보증실장 등을 거친 D램 전문가다.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에는 최시영(56) 글로벌인프라총괄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이 승진 임명됐다. 최 사장은 연세대를 나와 오하이오주립대 전자재료공학 박사 출신이다. 반도체연구소 공정개발팀장, 파운드리제조기술센터장 등을 역임한 공정·제조 전문가다. 삼성전자는 “핵심 사업인 반도체 비즈니스의 개발과 제조 경쟁력 강화를 이끈 부사장을 사장 승진과 함께 사업부장으로 과감히 보임해, 성과주의 인사와 함께 미래를 대비한 새로운 혁신과 도전을 이끌 세대교체 인사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기존 메모리사업부장이던 진교영 사장은 삼성전자 미래 신기술과 핵심 기술을 연구하는 종합기술원 원장으로 자리를 이동했고, 파운드리 사업을 책임졌던 정은승 사장은 반도체 부문 CTO가 됐다. 삼성전자 전체 CTO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반도체 부문만 담당하는 CTO는 처음 생겼다. CTO는 반도체연구소와 생산기술연구소를 관장하며 반도체 선행 연구를 책임질 예정이다. 업계에서 “최근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반도체 시장을 고려해 핵심 사업부를 이끌던 두 사장을 연구와 기술을 총괄하는 자리에 앉혀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려는 삼성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생활가전 출신 첫 사장 탄생

작년부터 생활가전 사업을 총괄하는 이재승(60)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생활가전 사업부 출신이 사장에 오른 건 삼성전자 역사상 처음이다.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은 가전 사업과 TV 사업으로 구분되는데 그동안 TV 사업 출신 임원들만 사장 자리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TV·반도체 사업 등은 세계 1위를 차지했지만 가전 사업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가전은 맞춤형 냉장고인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등 신개념 프리미엄 제품을 필두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올 3분기 생활가전(TV 제외) 매출액은 5조85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6%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이재승 사장은 삼성전자 생활가전 역사를 일궈낸 산증인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이번 승진을 통해 가전사업의 글로벌 1등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삼성SDS·디스플레이 대표도 교체

이날 삼성전자 계열사 사장단도 교체됐다. 삼성SDS 홍원표 사장이 용퇴하고 황성우 삼성전자 종기원(종합기술원)장이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됐다. 황 신임 대표이사는 고려대 교수 출신으로, 2012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 합류한 나노 분야 전문가다. 황 사장은 다양한 개발 사업을 추진한 경험과 대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삼성SDS의 글로벌화를 이끌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에는 최주선 현 부사장이 승진 내정됐다. 최 사장은 카이스트 박사 출신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분야에서 일했고, 올 1월부터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고 있다. 최 사장은 대표이사가 된 후에도 대형디스플레이사업을 직접 이끌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을 총괄하는 김성철 부사장도 이날 사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