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계의 거물이자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의 제조업체로 키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서울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이건희 회장은 오늘날 삼성전자가 휴대폰과 TV,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게 한 장본인으로 꼽힌다. 늘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창조적 파괴’를 통해 끝없는 혁신을 주문한 이 회장의 리더십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1993년 6월 유명한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이 회장 평생의 화두였던 ‘위기의식’과 ‘혁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안이었다. 당시 삼성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었음에도, 이 회장은 자만에 빠지기 보다는 ‘잘 나갈수록 위기를 생각하라’고 주문하며 스스로 혁신의 선두에 섰다.
◇과감하게 디지털TV에 투자
이 회장은 2003년 전체 판매량의 27%였던 브라운관 TV생산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대적 흐름에서, 당장 매출에 손실이 있더라도 PDP, LCD 등 디지털TV로 승부를 걸라는 것이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TV일류화프로젝트팀’을 구성하고, 반도체 부문의 시스템 LSI인력 200여명을 TV사업부로 보내는 조직개편을 하는 등 TV 1위를 위한 체질변화에 나섰다.
이 회장의 승부수가 먹혀 들어 삼성전자는 2006년 세계 TV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게 된다. 1969년 흑백TV를 생산한지 37년만에 ‘빠른 추격자’에서 ‘시장 선도자’로 변모한 순간이다.
◇애플 등장에…"머뭇거릴 시간 없다"
휴대폰과 스마트폰 분야 역시 이 회장이 글로벌 1위로 키운 대표적 산업이다. 글로벌 휴대폰 시장은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내놓으면서 요동쳤다. 당시 피처폰의 강자였던 노키아의 점유율은 급락했고, 삼성역시 타격을 입었다. 이 회장은 2010년 3월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고 삼성도 어찌될지 모른다. 다시 시작하자. 머뭇 거릴 시간이 없다”고 주문했다.
이 회장의 지시로 삼성전자는 무선사업부를 전면에 배치하고, 주력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구글 안드로이드로 전환했다. 2010년 5월 첫 스마트폰인 ‘갤럭시S’를 빠르게 내놨고, 2012년에는 총 4억대의 휴대폰을 팔아 글로벌 시장 점유율 25.2%로 세계 정상에 등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