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웰킵스 박종한 대표와 신입직원 표현씨가 자사 제품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웰킵스

2020년 1월 말, 코로나19가 창궐하고 ‘마스크 대란’이 본격화될 때 쿠팡은 마스크 가격을 동결했다. 같은 시기 한 마스크 업체 홈페이지에도 ‘마스크 출고가를 단 1원도 인상하지 않겠다’는 안내문이 올라왔다. 자사몰에 파는 마스크는 물론 유통업체에 보낼 출고물량 가격도 올리지 않겠다는 결정이었다. ‘착한 기업’으로 화제가 된 중소기업은 마스크 제조업체 웰킵스(Welkeeps)였다.

마스크 판매의 50~60%가 오픈마켓에서 이뤄지는 웰킵스는 코로나 초기부터 국내 마스크 공급의 주요 부분을 담당했다. 정부의 공적 마스크 주요 공급처이기도 했던 웰킵스는 지난해 12월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상(사회공헌 부문)을 받았다. 쿠팡에서 마스크 판매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매출은 2019년 206억원에서 지난해 700억원, 3배 이상으로 뛰었다. 코로나 2년이 지난 지금, 웰킵스는 여전히 가격을 1원도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웰킵스의 박종한(58) 대표를 만났다.

◇막대한 이익 포기하며 가격 동결

웰킵스 박종한 대표가 마스크 제품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웰킵스

웰킵스는 지난해 2억2000만개의 마스크를 생산했다. 경북 문경의 8000평 규모 마스크 생산시설에서 매일 60만~120만개의 마스크를 만들어 출고한다. 부직포 등 마스크 원자재는 모두 국산이다. 수입 원자재를 쓰지 않아 마스크 원가가 다른 경쟁업체 대비 2배 가까이 비싸지만, 가격은 그만큼 높지 않다. 소비자들이 ‘보라사자’라고 부르는 사자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 디자인은 웰킵스의 상징으로 통한다.

유한킴벌리 영업통 출신인 박 대표는 대리점 사업을 거쳐 2009년 웰킵스를 창업했다. 창업 후 6년간 산업 보건용 방진 마스크, 방진복을 생산하면서 연 매출은 30억원 선이었다. 2016년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일반 소비자를 공략하고 나섰다. “오랫동안 마스크는 병원 환자나 의료진이 주요 사용했어요. 그러다 코로나가 닥쳤습니다. 지금은 생수 다음으로 마스크를 많이 삽니다. 이런 세상이 올 줄은 꿈에도 못 꿨습니다.”

웰킵스 마스크 제조 공장. /웰킵스

-코로나 초창기 상황은 어땠나요.

“당시만 해도 마스크 제조 역량을 가진 업체는 50여 곳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신규 업체였어요.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중국에서 국내 마스크를 사재기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오픈마켓에서 저희 KF94 마스크 한 장이 800~900원에 팔렸는데요. 다른 마스크 제조업체와 유통 업체는 가격을 2배씩 올리기도 했습니다.”

-가격을 1원도 인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이유는요.

“코로나 초기 오픈마켓에 입고된 마스크 500~600만개가 순식간에 팔렸고요. 하루에 1만 개도 팔리기 어려웠던 자사몰에서도 250만장이 매진됐어요. 자사몰을 잠시 닫기까지 해야 했죠. 다른 업체도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결국 가격 상승 움직임이 나타나더군요. 800원짜리 마스크를 1600원~2000원으로 올려서 판매하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기로 했습니다. 주문을 단 1개도 취소한 적이 없고 100% 주문대로 배송했습니다. 원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일부 공급업체는 공급을 끊었지만 모든 유통채널에 종전과 같은 가격으로 마스크를 출고했습니다. 다행히 수개월 치의 원원자재를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직원을 뽑았고 생산 물량을 대폭 늘렸습니다.”

마스크를 제조하는 모습. /웰킵스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후회는 없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니 가격을 만약 2배로 올렸다면 2020년 한 해에만 막대한 이익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가격을 올린 다른 경쟁 업체들의 항의도 거셌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국가재난 사태를 이용해 폭리를 취할 수 있습니까? 저희 제조원가가 경쟁업체 대비 높은 편임에도 KF94 마스크를 장당 800~900원에 팔아도 충분한 이익을 남기는 구조였습니다. 기업의 존립 이유는 ‘이익창출’이지만 국민건강과 재난을 악용해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 마스크가 너무 좋아 쓰는 사람, 1명도 없지 않습니까.”

◇골리앗과 싸워야 하는 다윗의 결단

웰킵스는 온라인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 2016년 쿠팡에 입점했다. 쿠팡은 현재 웰킵스의 1등 유통채널이다. “오픈마켓의 배송 시스템은 여러모로 우리 삶을 바꿔 놨습니다. 마스크 업계 성장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죠. 뉴스에서 ‘내일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하면 바로 주문해서, 아침 출근길에 쓰고 나갈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오픈마켓의 당일 배송 시스템은 마스크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오픈마켓 입점 전 유통 상황은 어땠나요.

“웰킵스는 작은 브랜드였습니다. 편의점이나 약국 같은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주요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었고, 진입장벽이 높았어요. 브랜드를 알리는 게 쉽지 않았죠. 너무 어려웠어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 브랜드가 워낙 굳건했거든요.”

웰킵스 박종한 대표와 신입직원 표현씨가 자사 제품과 함께 활짝 웃고 있는 모습. /웰킵스

-그래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며 반전을 꾀한 건가요.

“지금이야 매달 대량의 마스크를 생산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1년에 3개월,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한 시즌에만 팔았어요. 그렇다고 공장을 3개월만 가동할 수 없고, 안 팔리는 생산 물량을 막연히 쌓아 놓는 것은 부담인 딜레마적 상황이었어요.

특정 시즌에만 물건이 팔리는 일반 온라인 유통 업체에 진출하는 것도 부담이었습니다. 그때 쿠팡이 저희 물량을 미리 직매입했습니다. 가을, 겨울에 팔 제품을 미리 여름철에 선매입 해주면서 저희는 재고 부담을 덜고 1년 365일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픈마켓의 당일 배송 정책이 저희 같은 마스크 제조업체의 경영 사이클과 맞아떨어진 것이죠. 웰킵스가 도약하는 발판이 됐습니다.”

웰킵스 제조 공장에서 마스크가 만들어지는 모습. /웰킵스

-전국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한 것이군요.

“오픈마켓 소비자의 마스크 재구매율은 아주 높습니다. 웰킵스 브랜드가 전국에 알려지면서 2019년부터는 온라인 판매 비중이 70~80%로 뛰었어요. 제주도만 봐도 그래요. 제주도 같은 도서산간지역에서 다른 택배 서비스를 쓰면 추가 배송비가 발생하지만, 오픈마켓 당일 배송은 무료입니다. 저희도 그래서 제주도에서 유명세를 탔습니다. 오픈마켓은 웰킵스 제품을 가장 적정한 가격에 팔 수 있는 유통채널입니다.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가격 동결 방침 이후 단기 이익은 포기했지만 오픈마켓과 함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며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웰킵스 제품의 차별점은요.

“철저히 ‘보호력’에 주목해요. 공장 직원들은 하루20번 이상 손소독을 하며 제품을 만들죠. 기술력의 핵심은 마스크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전문 인력이 개발한 필터인데요. 3가지 품질 요소를 엄격히 지킵니다. 흔히 KF94, KF80 등급으로 표현하는 ‘여과 효율’, 숨쉬기 편한 정도를 나타내는 ‘차압’(差壓), 얼굴 사이 틈으로 공기가 새어 들어가는 ‘누설률’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또한 저희 제품엔 숨쉬기 편안한 필터가 달려 있습니다. 누설률을 최대한 낮춰 오로지 필터로만 숨을 쉬어도 들썩거림 없이 편안하게 쓸 수 있죠. 마스크 품질 향상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 시범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픈마켓 입점 후 직원 4배 증가, 2025년 상장 목표

웰킵스 제품 앞에서 웃어 보이는 박종한 대표. /웰킵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마스크 가격은 정상화됐다. 경쟁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시장 공급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웰킵스의 오픈마켓 매출은 2020년, 2021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다. 고용 인원은 2019년 60여명에서 현재 240명, 4배로 늘었다. 공장 생산직 직원의 연봉도 2차례 인상했으며 지난해 전 직원에게 100~300% 성과급을 지급했다. “직원들이 코로나19 위기 때 교대로 근무하며 마스크를 생산했어요. 고생이 컸죠. 사실 일은 직원들이 다 하지, 저는 그저 ‘대표 영업사원’에 불과합니다. 제 경영 철학은 지금 뭔가 나눌 수 있을 때 나누자는 것입니다.”

웰킵스의 꿈은 2025년까지 상장에 성공하는 것이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최근 첨단 정밀부품 제조기업 세아전자도 인수했다. 그동안 쌓은 마스크 필터 기술력을 기반으로 공기청정기 필터 사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마스크 가격을 동결하고 조금이나마 국민들의 어려움 해소를 지원하면서 느낀 것은 ‘눈앞의 이익보다 더 큰 이상을 갖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의 건강을 보호하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개발하고 싶다는 비전을 갖게 됐습니다. 중소기업의 궁극적인 꿈은 상장 아니겠습니까. 상장을 통해 많은 직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소비자에게는 건강을 선물하는 작지만 큰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