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각종 전시회와 박람회가 취소되면서, 스타트업들이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낼 기회가 크게 줄고 있습니다.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서울 강남구청과 함께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온라인 박람회 ‘스타트업 블랙프라이데이’를 개최합니다. 홈페이지(http://iffestival.kr/)를 방문하시면 다양한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주요 참가 기업 인터뷰 시리즈 ‘득템 스타트업’을 연재합니다.
누구나 뒤돌아보면 인생을 바꾼 ‘한 순간’이 있다. 10년 전 자신에게 찾아 온 순간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파고들어 1만 명의 ‘톡 영어’ 유료회원을 갖게 된 스타트업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아프리카 봉사 활동에서 영감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진유하 씨. 2010년 여름방학 때 기독교 동아리 ‘겟세마네’를 통해 아프리카 부룬디를 찾았다. 전도와 봉사를 결합한 프로그램이었다. 부룬디는 잦은 내전으로 정세가 불안했지만, 보다 나은 삶에 대한 갈망이 높아지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친절한 부룬디 사람들의 선한 눈망울이 잊혀지지 않았다. ‘부룬디 같은 아프리카 저개발국과 관련한 사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함께 부룬디를 방문해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된 단짝 친구가 먼저 실행했다. 부룬디에 도서보급사업을 하는 NGO(비정부 기구)를 만든 것이다. 이 친구를 통해 부룬디 소식을 계속 듣게 됐다.
-사업을 시작한 결정적 계기가 뭔가요.
“친구가 부룬디의 교육부 장관을 만나게 됐어요. 사업 관련 면담을 하는 자리였죠. 그런데 장관을 만나고 온 친구가 웃으면서 제게 ‘장관이 약속 시간 보다 4시간 늦게 나타났다’고 하는 거에요. 알고보니 부룬디 학교의 선생님들이 파업을 벌이자, 장관이 그 일을 수습하고 오느라 늦은 것이었어요. 궁금해서 외신을 찾아보니 부룬디의 교사들이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처우가 좋지 않아 파업이 자주 일어나더군요. 이런 ‘사회 문제’ 해결을 도울 아이템이 있지 않을까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구상한 게 영어 사업인가요.
“네. 부룬디 교사들을 고용해서 ‘전화영어’ 사업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부룬디는 공식적으로 프랑스어를 쓰더군요. 부룬디처럼 환경이 열악하면서 영어를 쓰는 나라를 찾으니 우간다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틀어 우간다 사람을 고용해 전화영어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당시만해도 우간다의 대졸 실업률이 83%나 돼서 인력풀이 충분했거든요. 그렇게 2012년 ‘텔라’를 창업하고, 우선 40여명의 한국 학생과 우간다 사람을 연결하는 시범 서비스를 한 달 간 했습니다. 돌아오는 반응이 비슷하더군요. 다 괜찮은데 ‘발음’을 알아듣기 어렵다는 거에요. 아차 싶었습니다. 알고 보니 전화영어는 어색한 대화의 부담감이 있어서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단점까지 있더군요.”
-막막했겠습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팀원이 아이디어를 냈어요. 영어로 채팅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었죠. 우간다 대졸자들은 영어가 유창하지만 발음이 좋지 않은 게 단점인데,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가릴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부끄러움 많은 한국인에게 적합한 ‘톡 수업’
우간다에서 사람을 모집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고용 시장이 좋지 않아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우간다에 고용 등 전반적인 진행을 담당하는 매니저를 한명 뒀다. 취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수백개에 달하는 문항으로 이뤄진 객관식 문법 시험과 에세이 시험을 실시해 채용을 진행했다. 취업난에 시달리던 수많은 우간다 사람들이 지원하면서 선생님 풀이 마련됐다.
수업은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하면서 한국 학생이 틀린 문장을 쓰면 우간다 선생님이 바로 첨삭해주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대화 주제는 ‘텔라’가 매일 새로운 것으로 제시한다. 대화 시간은 25분. 대화가 끝나면 ‘총대화수’, ‘총첨삭수’, ‘총 사용 어휘량’, ‘평균 문장 길이’, ‘고유 어휘량’ 등과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학생이 내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알 수 있다. 대화 내용을 문자와 음성 파일로 받을 수 있다. 대화를 반복해서 복습할 수 있고, 음성으로 전환해 회화 공부도 할 수 있다. 대화하고 싶은 선생님은 학생이 고를 수 있다. 먼저 경험한 학생들이 선생님에 대해 남긴 냉정한 평가를 참고해 고르면 된다.
-지금의 수업 방식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처음에는 시간 제한을 두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어떤 선생님은 몇 시간을 대화하고, 또 어떤 선생님은 몇십분 되지 않아 대화가 끊겼어요. 자유로운 대화 진행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일관성이 없었죠. 수업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듯한 문제도 있었어요. 그래서 1시간, 2시간 등으로 시간 제한을 둬서 효과를 측정했습니다. 그랬더니 지금의 ’25분 수업'이 가장 효율적이고 집중적이란 결론이 나왔습니다.”
-홈페이지를 보니 ’15분 콜'도 있던데 뭔가요.
“자랑 같지만 ‘톡’ 수업을 오래 받은 학생들이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전화 수업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을 해왔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많이 타잖아요. 그런데 얼굴 안 보고 ‘톡’으로 대화하면서 영어 실력이 향상되니 이제는 전화 영어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더란 거죠. 그래서 지난해 12월 15분 동안 전화영어를 할 수 있는 상품도 출시했습니다.”
-반응은요?
“고객 중 3분의 2는 ‘톡’ 수업만 하고 3분이 1 정도는 ‘톡’과 ‘콜’을 같이 합니다. 톡으로 대화를 하면서 익혔던 것을 말로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습 만족도가 무척 높아요. 저희 회사 입장에서는 매출이 훌쩍 올라가는 계기가 됐습니다.”
-반응이 좋다는 말은 다른 업체에서도 많이 합니다.
“한 유명한 전화영어 업체의 통계를 보면, 수업을 끝까지 들은 학생 비율이 10% 정도입니다. 신청을 해놓고 실제 수업을 한 사람은 50% 정도죠. 반면 저희는 구매를 하고 수업을 실제 한 사람이 70%를 넘고, 그 중 93%가 예약한 시간에 수업을 받습니다. 저희 수업 방식이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 아닌가요.”
◇국내는 좁다
서비스 누적 이용자가 8만명을 넘어섰다. 사이트에서 결제를 하고 수업을 받은 사람은 1만명에 육박한다. 선생님 풀을 필리핀으로 확대했다.
-바로 눈 앞에 놓인 계획이 있다면요.
“다른 나라에도 저희 ‘톡’ 사업을 출시하려고 해요. 1차전은 일본에서 펼칩니다. 일본 사람도 한국인처럼 수줍음이 많아 우리 수업 방식이 분명 먹힐 거라고 확신합니다. 상당 부분 사업이 진척되고 있어요 이후 아시아 전역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스타트업 블랙프라이데이’ 홈페이지(http://iffestival.kr/)를 방문하시면 ‘텔라’ 등 많은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