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한국과 세계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힘든 고용상황이 예상됩니다. 어려움 속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취업난을 이겨낸 청년들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2030 취업 분투기'를 연재합니다.

‘직업계 고등학교(마이스터고·특성화고 등)를 졸업만 하면 취업이 보장된다’는 얘기는 이제 옛말이 됐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고졸 신규 채용 시장도 급격하게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마이스터고 졸업 직후 취업에 어려움을 겪다가 4년 뒤 국내 굴지의 철강 제조업체에 입사한 이진우(23)씨를 만났다.

이진우씨 /본인제공

◇고1 때 ‘하위권 성적’이 취업 발목

중학교 시절 성적은 상위 25~30%였다. 공부를 계속하기보단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인문계 고교 대신 마이스터고인 전북기계공고에 진학했다.

마이스터고에서도 잘할 수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는 1년 만에 깨졌다. 1학년 내신이 전교 꼴찌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공부를 좀 했다는 생각에 자만했어요. 다른 친구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동안 전 그만큼 노력하지 않은 결과였죠. 마이스터고에선 기술만 제대로 배우면 내신 성적은 필요 없을 줄 알았는데, 취업 준비를 위해선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으면 안됐어요.”

2학년 때부터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시작했다. 내신 성적도 제법 올랐고, 자격증도 용접·특수용접·가스 기능사 3개를 땄다.

졸업하면서 취업에 문제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모두가 선망하는 회사는 1학년부터 성적이 좋아야 들어갈 수 있었어요. 제 성적으론 원하는 회사에 갈 수 없었습니다.”

이진우씨는 용접 중소기업을 퇴사하고 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산업설비자동화과에 들어갔다. /본인제공

졸업 후 경기도의 한 용접 회사에 취업했다. “중소기업이었지만 병역특례업체라 계속 일하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용접 분야로 제 전문성을 쌓기엔 한계가 있었어요. ‘여기보다 조금 더 전문화된 회사에 들어갈 능력과 자신이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라고요.” 입사 한 달 만에 사표를 냈다.

◇군대에서 매일 새벽 1시까지 공부

진로에 대해 한창 고민하던 시기 고교 동창이 그에게 폴리텍대학 진학을 권했다. “그 친구가 폴리텍대학 1학년이었는데, 한 단계 더 나은 곳으로 취업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면서 같이 다니자고 했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반대하셨어요. ‘마이스터고랑 배우는 게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2년이라는 시간을 버릴 수 있다’는 이유였죠.”

부모의 만류에도 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산업설비자동화과에 들어갔다. 현장에서 직접 쓸 수 있는 실기 교육 중심이라 좋았다. 동기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았다. “폴리텍대학에는 중장년층 학생이 많아요. 대부분 다른 직장을 다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 오는데요. 그분들에게 듣는 직장과 조직 생활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또 용접이나 배관 관련 일을 하다 온 학생도 많아서 교과서에는 없는 노하우를 전수받기에도 좋았습니다.”

폴리텍대 동기들과 프로젝트 경진대회에 참여해 동상을 받았다. /본인제공

군대는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다녀왔다. 전공을 살려 경기도 포천에 있는 5공병여단에서 기계설비관리병으로 복무했다. 일과 시간이 끝나면 자격증과 영어 공부를 했다.

“같은 부대에 마이스터고 출신 동기가 2명 있었는데요. 한 명은 현대중공업을 다니다가, 다른 한 명은 9급 공무원을 하다가 왔더라고요. 저만 내세울 만한 직장이 없으니 자존심이 엄청 상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공부했습니다.”

◇수많은 자격증 바탕으로 현대제철 입사

군대에서 매일 새벽 1시까지 혼자 공부를 했다. 에너지관리기능사, 배관기능사, 산업안전산업기사 등 기사 자격증을 3개 땄고, 처음 본 토익도 목표 점수인 600점을 넘겼다.

“같은 부대에서 의대 진학을 목표로 수능 공부를 하던 선임이 처음엔 저를 많이 무시했어요. ‘토익 공부해봐야 점수가 네 신발 사이즈쯤 나올 것’이라는 식이었죠. 그런데 제가 꾸준히 공부를 하고 토익 점수도 제법 나오니 나중엔 절 인정해줬어요. 자기 공부 요령도 알려주더라고요.”

현대제철 교육훈련과정에서 동기들과 기념사진 찍는 모습(왼쪽), 이진우씨와 여자친구 /본인제공

제대 후 복학한 뒤로도 공조냉동산업기사, 용접산업기사, 위험물관리산업기사, 에너지관리산업기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꾸준히 땄다. “제가 취득한 자격증 중엔 제 전공 분야가 아닌 것도 많아요. 그래도 계속 해서 다른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게 저의 ‘성실함’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니까요.”

졸업 막바지인 2학년 2학기에 대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30군데 원서를 썼고, 그 중 8군데 서류에 합격한 끝에 현대제철에 최종 합격했다. 지난해 12월 입사한 그는 제철소의 각종 장비를 점검하고 보수하는 일을 맡고 있다.

-앞으로 목표는요.

“기계 관련 기술에 대해서는 어느 전문가 못지않게 당당하게 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기술자가 되고 싶어요. 4년제 대학 졸업자 중엔 ‘2년제 대학 졸업자가 대기업에 쉽게 취업할 수 있다’고 무시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 앞에서 제 얘기를 당당히 하기 위해 앞으로 더 많이 공부하고, 기술을 쌓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