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세 어린이 정도의 지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호주 앵무새가 사람처럼 식수대에서 물을 마시는 장면이 포착됐다.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연구팀은 호주 시드니의 야생 큰유황앵무(sulphur-crested cockatoo) 무리를 관찰하다가 이 같은 모습을 발견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왕립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게재됐다.

호주 시드니의 큰유황앵무(오른쪽)가 한쪽 발로 식수대 손잡이(밸브)를 누른 채 시계 방향으로 돌려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의 큰유황앵무는 곁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연구팀은 큰유황앵무가 서식하는 호주 시드니 서부에 대한 조사를 2018년부터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축구장 인근의 식수대에서 사람이 물을 마시는 행동을 본 큰유황앵무들이 따라 하는 듯한 몸짓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곳의 식수대는 손으로 버튼을 비틀어 잡으면서 동시에 상단 음수구에 입을 가져다 대야 물을 마실 수 있는 구조다. 연구팀은 실제로 큰유황앵무가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물을 마시는지 확인하기 위해 식수대 인근에 동작 감지 카메라를 설치하고 44일 동안 촬영했다.

이 기간 큰유황앵무들이 손잡이를 돌리고 물을 마시려는 시도가 500회 이상 포착됐다. 다만 모든 큰유황앵무가 식수대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관찰 결과에 따르면, 물을 마시는 데 성공한 확률은 약 41%로 집계됐다. 특히 주변에 다른 앵무들이 모여 물 마시기를 재촉할 때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관찰됐다. 물을 마시기 위해 주변에 머무르며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연구팀은 “식수대 이용은 다른 종의 새에게서는 한 번도 관측된 적이 없는 행동”이라며 “일종의 유행처럼 호주 시드니의 큰유황앵무들 사이에서 식수대 이용이 번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식수대 인근에 물웅덩이나 개울 등 다른 수원(水源)이 있는데도 앵무들이 식수대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연구팀은 “어쩌면 식수대에서 나오는 깨끗한 물 맛을 선호하게 된 것일 수도 있고, 높이 솟아있는 식수대에서 물을 마시면 멀리서 다가오는 천적의 움직임을 더 잘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버튼을 누르는 형식이 아닌 손잡이를 비트는 형식의 식수대가 큰유황앵무들이 사용하기 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큰유황앵무는 몸길이가 최대 50㎝ 정도이고, 머리에 노란색 벼슬을 갖고 있다. 사람의 말을 잘 따라 해 50개 이상의 어휘를 배울 수 있으며, 수명도 80년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다른 연구에서는 야생 큰유황앵무가 사람처럼 길거리의 쓰레기통 문을 여는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