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표면의 크레이터(충돌구)에 조선시대 천문학자의 이름이 붙었다. 달 표면에 한국이 제안해 조선시대 학자의 이름이 붙은 첫 사례다.
경희대학교 우주탐사학과 다누리 자기장 탑재체 연구팀은 달 뒷면의 이름 없는 충돌구에 조선시대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남병철의 이름을 국제천문연맹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심사를 거쳐 지난 14일 이 충돌구에 ‘남병철 충돌구(Nam Byeong-Cheol Crater)’라는 이름이 정식으로 부여됐다.
경희대 연구팀은 한국의 첫 달 궤도선인 ‘다누리’를 이용해 달 표면의 자기장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를 하던 중 달 뒷면의 특이한 자기장 특성을 보이는 이름 없는 충돌구를 발견했다. 직경 132㎞의 비교적 큰 크기의 충돌구인 남병철 충돌구는 충돌구 내외부의 자기장 차이가 크고, 이름이 없는 채로 국제학술지에 연구 결과가 출판된 적도 있다.
경희대 연구팀은 한국천문연구원 고천문연구센터와 협의를 거쳐 이 충돌구에 남병철 충돌구라는 이름을 추천하기로 했다. 달 표면 충돌구 명명은 국제천문연맹(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IAU)이 주관한다. 충돌구의 과학적 의미가 있어야 하고, 명명되는 이름이 과학자여야 한다.
경희대 연구팀은 미국 산타크루즈대학교 이안 게릭베셀 교수와 남병철 충돌구에 대한 자기장 변화 연구를 한 연구 결과를 제출했다. 또 남병철의 혼천의 연구 결과를 담은 한국우주과학회 학회지 논문도 함께 제출했다. 조선시대 후기인 현종과 철종 때 관료를 지낸 남병철은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이기도 했다. 그가 쓴 ‘의기집설’은 혼천의를 이용해 천문 관측을 하는 방법 등을 정리했다.
경희대 연구팀은 “대한민국 달 궤도선인 ‘다누리’가 낮은 궤도로 관측을 수행하는 임무 기간에 남병철 충돌구에 대한 추가 관측을 통한 새로운 연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