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의 버스에서 승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누적 확진자가 500만 명을 돌파한 인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이들이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BBC 방송이 16일 보도했다.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다 보니 환각, 우울증, 불안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날 죽일지 몰라" 두려움에 떨어

라제시 티와리(42·가명)는 지난 6월 초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개인 병원에 입원해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호흡이 가능한 상태까지 이르기도 했다. 그는 중환자실 등에서 3주간 치료를 받은 끝에 회복했다. 하지만 그는 ‘완전하게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문제는 ‘화면’이었다. TV나 컴퓨터 모니터를 자신을 공격할 수 있는 거대한 괴물로 여기는 것이다. 티와리는 퇴원 후 어느 날 TV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급기야 TV를 부수려고 했다. 이후 가족들은 TV 시청을 중단했고, 집에서는 아무도 노트북을 사용하지 않는다.

티와리는 “끝없이 삑삑거리고 숫자들이 나타나는 중환자실의 모니터 이미지를 잊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치료를 받다보니 나아졌지만, 퇴원 후 첫 몇 주간은 매우 힘들었다”고 했다.

아미트 샤르마(49·가명)도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다. 그는 18일간 중환자실에서 머물렀다. 매일 같이 다른 환자가 사망하는 것을 본 것이 각인됐다. 그는 “어느 날 내 주변의 환자 2명이 숨졌는데, 몇 시간 동안 시신이 치워지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며 “그 장면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다. 아직도 코로나가 날 죽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샤르마의 가족은 샤르마가 퇴원한 이후 매우 조용해졌다고 BBC에 전했다. 그의 삼촌은 “샤르마는 코로나 병동에서 본 죽어가는 환자의 모습에 대해서만 말을 한다”고 했다.

인도 뭄바이의 한 주택가에서 의료진이 코로나 검사를 위한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심신 지친 상태서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

트라우마의 원인은 무엇일까. 의료진들은 환자가 생명을 위협하는 일을 경험할 때 외상 후 스트레스 가능성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진단했다.

정신과 의사인 바산트 문드라 박사는 “(코로나 확진자가) 병원에 도착할 무렵에는 뇌가 이미 지쳐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아수라장이 된 병동이 환자의 감각을 압도한다”고 했다.

코로나 치료 과정에 필수적인 격리도 환자의 스트레스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코로나 환자들은 가족을 만날 수 없다. 의사와 간호사들의 얼굴도 볼 수 없다. 마스크 등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있어서다. “환자와 의사의 신뢰 형성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게 인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문드라 박사는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거나 중환자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환자일수록 정신 건강상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우울증, 불안, 회상, 환각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고 했다.

중증 환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델리 포르티스 병원의 캄나 치베르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정신과적) 치료를 원하는 이들이 급격하게 늘었다”며 “장기간의 봉쇄(lockdown),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바이러스를)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는 것은 사람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인도 전문가들은 “코로나 환자의 정신건강 문제가 충분한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BBC는 “인도는 정신건강 환자들을 치료할 시설과 전문가들이 부족하고, 그나마 관련 시설은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신건강 대유행(mental health pandemic)’에 인도가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인도의 한 화장장에서 흰색 보호장구를 착용한 여성이 코로나로 숨진 남편의 시신을 보고 애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 누적 확진자 500만명 넘어…중환자실은 물론 산소도 부족

인도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이날 오전 기준으로 502만 359명이다. 지난 1월 30일 남부 케랄라 주에서 인도 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230일 만에 500만 명을 넘어섰다. 400만 명의 누적 확진자를 기록한 지 11일 만에 100만 명이 늘었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9만 123명이었다. 5일 연속 9만명대를 기록하다가 15일 8만명대로 내려갔지만, 하루 만에 9만명 선을 회복했다.

BBC는 “인도가 경제 회복을 위해 방역 통제를 완화하면서 확진자가 급증했다”며 “지난주에만 60만 명이 추가로 확진됐다”고 했다. 연일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중환자실은 물론 의료용 산소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 탈모·환각·불면… 16가지 코로나 후유증

앞서 지난달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이들 가운데 80%는 탈모와 불면증, 환각 등 16가지 유형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영국 연구진의 조사결과도 나왔다.

영국 노스 브리스톨 국립의료원 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낸 환자 가운데 4명 중 1명은 탈모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탈모 현상은 두피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눈썹이나 기타 신체 체모(體毛)가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발가락이 벌겋게 부어오르는 ‘코로나 발가락’(Covid toe)과 시간·장소·방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방향감각 상실, 환각도 후유증으로 소개됐다. 섭씨 38도가 넘는 고온(高溫) 증상, 오한, 설사, 탈진, 흉통(胸痛), 불면증, 오한, 주의력 상실, 심박수가 빨라지는 빈맥(頻脈), 부정맥 등의 증세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