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자협회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관한 해외 첨단 연구 진행 상황과 뉴스를 신속하게 파악해 <한국과학기자협회 코로나19 연구 속보>시리즈로 게재, 소개함으로써 과학 보도의 저변을 확대하고 국민의 과학적 이해를 제고하고자 합니다.


코로나19에 걸려 손상된 폐(불투명한 흰색 패치, 왼쪽 아래)은 초기 감염 후 몇 주 동안 지속된다./Ali Gholamrezanezhad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초기 몇 주간 미국의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은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된 완치자 가운데 일부가 여전히 뚜렷한 신체적 손상이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 또 일부 환자의 경우 ‘흉터’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알리 골람레자네자드 교수 연구팀은 올 1월부터 컴퓨터단층촬영(CT) 장치를 이용해 코로나19에 걸린 환자들의 폐를 연구했다. 한 달 넘게 33명 환자를 추적했는데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자료에 따르면 3분의 1 이상이 조직이 죽어 눈에 보이는 흉터가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앞으로 몇 년간 이들을 계속 추적한다는 계획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14일(현지시간) 이들 환자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골람레자네자드 교수는 대다수 감염된 사람들이 병원에 입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폐 손상을 확인할 가능성이 10% 미만 정도로 낮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2900만명이 넘는 감염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최소 수십만 명이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의사들은 코로나19 환자가 늘면서 후유증과 싸우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새로운 질병이고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편에선 일부 후유증이 기도삽관과 같은 집중 치료 치료과정에서 부작용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기존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에 따르면 장기적인 문제는 대부분 코로나바이러스 자체에서 유발되며 바이러스가 여러 장기를 손상하고 알려지지 않았던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 환자의 장기 손상 연구 착수

일부 환자들은 폐뿐 아니라 심장, 면역체계, 뇌 및 기타 부위에 장기적인 손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사례를 보면 이런 영향은 수년간 지속할 수 있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중증을 겪지 않고 가볍게 앓고 지나갈 때도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성피로증후군처럼 지속적인 불쾌감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도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에 감염된 환자의 장기 손상에 중점을 둔 연구에 하나둘 착수하기 시작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후유증을 추적하는 연구에도 착수했다. 영국 레스터대는 입원 후 1년간 환자 1만 명을 대상으로 환자 상태를 추적하고 바이오 마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입원 후 코로나19 연구(PHOSP-COVID)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 7월 말 미국에서도 수백 명의 코로나19 환자를 2년간 추적하는 장기 연구가 시작됐다.

이들 연구는 코로나19를 앓은 뒤 지속적인 후유증이 나타나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새로운 감염이 계속해서 지속하는 것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히드 바델리아 미국 보스턴의대 감염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서 살아남은 환자를 돌보는 지침이 필요하다”며 “환자 치료에 대한 정량화를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50세 환자의 폐 스캔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빨간색)로 인한 손상이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되지만 많은 환자들이 지속적인 후유증을 겪는다. Prof. Gerlig Widmann, Dr. Christoph Schwabl, Dr. Anna Luger - Dpt. of Radiology, Innsbruck Medical University 제공

각국 정부는 대유행 초기 봉쇄정책을 펴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면서 대부분 연구를 감염자에 대한 치료와 예방에 중점을 뒀다. 당시에도 의사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선순위가 확산 방지와 환자 치료에 집중되면서 회복한 환자들에 대한 관심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면역학자인 헬렌 수 연구원은 “처음에는 모든 것이 심각했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많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장기 연구에 대한 확실한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호흡기 감염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폐는 장기적 손상을 확인하는 확실한 장기다. 하지만 아직도 지속적인 폐 손상을 조사한, 또 피어리뷰를 마친 연구는 거의 발표되지 않고 있다. 골람레자네자드 교수팀은 환자 919명의 폐 CT 사진을 분석한 결과 폐의 하부엽이 가장 잘 손상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스캔에서 폐에 가득 차 있고 불투명하게 보이는 염증은 지속적인 운동 과정에서 호흡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환자들은 2주가 지나면 눈에 보이는 폐 손상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트리아 연구팀에 따르면 환자 88%가 퇴원 6주 뒤까지 눈에 보이는 손상이 나타나지만 12주가 지나자 이 수치는 56%로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증상이 사라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월 사전 논문 공개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게시된 연구에 따르면 퇴원한 지 한 달 후에도 70% 이상이 숨가쁨 증상이 나타나고 13.5%가 여전히 집에서 산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런 상황은 사스에 걸린 환자들에게서도 발견됐다. 올 2월 중국 베이징대 의대 연구진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1(SARS-CoV-1)에 감염된 사스 환자들에게서 장기적 폐 손상이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사스로 입원한 71명의 환자를 추적한 결과 15년이 지난 뒤에도 4.6%가 여전히 폐에 눈에 띄는 병변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들 가운데 38%는 폐의 확산 능력이 감소해 폐가 혈액으로 산소를 전달하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면역 체계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분석

코로나19는 폐를 먼저 공격하지만 신체 다른 부위도 공격한다. 부분적으로는 여러 위치의 세포가 바이러스의 관문 역할을 하는 ACE2 수용체를 가지고 있어 감염이 전신에 퍼져있는 면역체계에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된 사람 가운데 면역체계가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사례는 다른 바이러스의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미국립보건원 임상센터 대니얼 처토 연구원은 “오랫동안 홍역에 걸린 사람은 장기간에 걸쳐 면역 억제를 받고 다른 감염에 취약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며 “코로나19가 그런 사례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알지 못하는 게 많다”고 말했다. 사스만 해도 인터페론이라는 신호분자의 생성을 줄여 면역계 활동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IAID 연구팀은 이를 위해 인간 면역체계를 손상하고 바이러스에 취약하게 만드는 유전자 변이를 찾는 것을 목표로 수천 명의 환자를 참여시키는 코비드 인간지네틱에포트(COVID Human Genetic Effort)라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환자들을 통해 증상이 지속하는 이유를 밝히고 도울 방법을 찾으며 장기적으로 후유증을 앓는 환자들로 연구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반대로 면역체계 일부를 과도하게 활성화하고 몸 전체에 해를 끼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미국과 유럽에서 일부 어린이들 사이에서 이른바 ‘어린이 괴질’로 불리는 다기관염증증후군이 나타났다. 이 면역 과잉 반응은 코로나19를 앓고 있는 성인 중증 환자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과학자들은 환자들이 정상적인 면역체계로 돌아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알아내려면 이 같은 연쇄반응에 대해 더 추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심장 역시도 코로나19에 취약한 장기로 분류되고 있다. 중국 청두 쓰촨대 연구팀은 코로나19 급성기 증상이 나타난 환자의 3분의 1이 심혈관에 이상이 나타난다고 발표했다. 주요 증상 중 하나는 심장 근육이 수축하거나 이완되면서 두꺼워져 심장의 혈액 공급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심근병증이다. 일부 환자에서는 혈전이 폐의 혈관을 막는 폐 혈전증이 나타나기도 했다. 바이러스가 혈관을 감싸는 세포를 감염시켜 순환계를 광범위하게 손상한다는 내용도 있다. 영국 심장재단은 지난 6월 코로나19 입원 환자를 6개월 동안 추적해 바이러스가 심장에 미치는 결과를 알아내는 연구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지난 3월 유럽 내 수십 개 병원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이후 심혈관 합병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 대한 자료를 공유하는 데이터 공유 프로젝트인 ‘커패서티 레지스트리’도 출범했다.

네이처는 코로나19의 신경학적, 심리학적 후유증을 이해하기 위한 장기 연구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중증을 앓았던 환자 가운데는 섬망과 같은 합병증을 경험하고 혼란과 기억 상실을 포함한 인지장애가 급성 증상이 사라진 뒤에도 얼마 동안 지속한다는 보고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뇌를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런 증상은 염증에 따른 이차적인 결과인지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심각한 피로감은 코로나19 장기적 영향 중 가장 이해되지 않는 후유증으로 손꼽히고 있다. 9개월간 점점 더 많은 완치 환자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극심한 피로와 불쾌감을 느낀다고 보고했다. 페이스북에는 자신을 롱홀러(long-haulers 병환 후 후유증을 오래 겪는 사람)라는 그룹이 수천 명이 있다. 이들은 침대에서 일어나거나 몇 시간 이상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로마의 한 병원에서 퇴원한 코로나19 환자 14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증상이 시작된 후 평균 2개월 동안 53%가 피로감을 호소했다. 또 이들 중 43%가 숨가쁨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추적 대상 환자의 25%가 3개월 뒤에도 폐 기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16%가 여전히 피로하다고 밝혔다. 이런 증상은 근육통성뇌척수염(ME)으로도 알려진 만성 피로 증후군과 유사하다.

의료계는 이 병을 정의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고군분투해 왔지만 아직도 뚜렷한 바이오 마커가 없어 증상에 따라 진단만 하고 있다. 원인이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에 치료법도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또 일부 환자들에 따르면 일부 의사들은 아예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코로나19에 걸린 뒤 만성 피로를 느끼는 환자들 역시 의사로부터 거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서 바이러스 검사를 받지 않는 이들에게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장기적인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증거는 사스 환자에게서도 확인됐다. 지난 2011년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은 사스를 앓은 뒤 13~36개월간 일을 하지 못한 22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사스를 앓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지속적인 피로, 근육통, 우울증, 수면 장애를 앓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9년에 발표된 4년간의 추적 연구에서는 사스를 앓은 환자 40%가 만성 피로를 겪었고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제 피로 증상의 배후에 있는지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감염 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비교해 피로가 얼마나 자주 나타나고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유로 피로가 나타난 사람들과 별개의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네이처는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19가 약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의료 시스템은 이미 급성 사례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많은 과학자가 이제는 장기적인 효과를 파헤치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문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2598-6#ref-CR3

※한국과학기자협회 블로그

https://post.naver.com/my/series/detail.nhn?seriesNo=613129&memberNo=36405506&prevVolumeNo=29440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