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 /뉴스1

지난해 4분기 실적 시즌이 절반가량 진행된 가운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10곳 중 6곳은 시장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증권사 3곳 이상이 영업이익 전망치를 제시한 138개 상장사 가운데 89개사는 컨센서스(시장 평균 추정치)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냈다. 컨센서스를 웃돈 곳은 49개사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반도체 대형주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0조737억원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8% 웃돌았다.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 19조1696억원으로 컨센서스보다 16% 많았다. 두 회사의 호실적 영향으로, 현재까지 4분기 실적을 공개한 기업들의 영업이익 합계는 62조3242억원으로 추정치(60조6960억원)보다 2.7%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개별 기업으로 들어가면 ‘어닝 쇼크’에 가까운 부진도 적지 않았다.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가장 크게 밑돈 곳은 금호석유화학이다.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컨센서스(483억원)를 96.9% 하회했다. 연말 수요 둔화와 원재료 가격 하락 여파로 합성고무 부문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POSCO홀딩스도 4분기 영업이익이 156억원에 그쳐 시장 추정치(4100억원)를 96.2% 밑돌았다. 철강 부문 수익성은 회복됐지만, 이차전지 소재와 건설 사업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현대무벡스(-75.4%), 한화시스템(-75.0%), SBS(-66.6%), 코오롱인더(-65.4%), 한샘(-64.8%) 등도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친 종목으로 집계됐다.

반대로 시장 전망치를 가장 큰 폭으로 웃돈 기업은 대원제약이었다. 대원제약의 4분기 영업이익은 58억원으로, 컨센서스(6억원)의 약 10배 수준이었다. 지난해 4분기 감기 등 호흡기 질환 환자가 늘어난 점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엘앤에프는 4분기 영업이익 825억원을 기록해 컨센서스(187억원)의 4배 수준으로 집계됐고, 녹십자도 4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시장 전망치(11억원)의 4배에 해당하는 성적을 냈다. 이 밖에 CJ CGV(103%), CJ ENM(80%), KB금융(64%), 에코프로비엠(62%) 등도 기대치를 크게 웃돈 종목으로 분류됐다.

아직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상당수 남아 있어, 전체적인 실적 분위기가 개선될 여지도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며 거래대금이 늘어난 만큼 증권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상승한 주가지수와 일 평균 거래대금, 확대된 주식시장 참여자를 감안할 때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중심의 증권업 실적 개선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AI 수요 확대에 따른 밸류체인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긍정적으로 언급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인 국내 주요 산업의 실적 전망이 견조하다”며 “실적에 근거한 코스피 상승 흐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