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기업의 주식을 대거 들고 있는 ‘큰손’ 한국산업은행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HMM(옛 현대상선) 부산 이전’ ‘한진칼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산은의 의사 결정, 지분 매각 향방에 따라 시장이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해 말 기준 HMM 지분 33.73%를 보유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인 해양진흥공사(33.32%)가 보유한 지분을 포함하면 정부 지분은 총 67%다. 지난달 산은과 해진공이 HMM 영구채 주식 전환권을 행사해 지분율은 72%로 높아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HMM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공언한 배경엔 이런 지분 구조가 있다. 이 후보는 전날 부산 유세에서 “가장 큰 해운회사 HMM이 부산으로 옮겨오도록 하겠다”며 “민간 회사라 쉽지 않지만 정부 출자지분이 있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산은과 해진공이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정부가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면 본사를 이전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산은은 HMM 본사 이전 문제엔 일단 한 발 물러선 상태다. 산은 관계자는 관련 입장을 묻자 “HMM 구조조정의 주 관리 기관은 해진공”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산은이 HMM 본사 이전과 관련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엔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주주인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 지분에 따라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한 경영적 판단을 내리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산은이 정치적 이유나 명분만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2020년 산업은행법 시행령을 개정, 코로나19로 인해 경영 위기에 처한 기간산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의결권 행사는 ‘주식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시’ ‘회생이나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 절차를 신청할 시’로 제한했다. 정부가 민간 기업의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HMM은 시행령에 명시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은 기업’은 아니지만, 이 같은 원칙의 동일 선상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호반그룹과 LS·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점화한 가운데 산은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10.6%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산은이 만약 지분 일부를 호반그룹에 매각할 경우 경영권이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산은은 2020년 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돕기 위해 한진칼 지분을 취득했다.
산은은 한진칼 지분 매각과 관련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국내 항공운송 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한진칼 투자 목적을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라며 “산업 재편이 완료된 후 지분 매각 등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